ⓒ시사IN 백승기조성애 수녀(위)는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 나아가자”라고 말한다.

지난해 ‘사실상 사형 폐지론’을 이끌어내는 데 밑거름 노릇을 한 사람이 있다. 일생을 사형수 교화에 바친 ‘사형수 대모’ 조성애 수녀다. 그녀를 만나보았다.

최근 흉악 범죄가 잇따라 사형폐지론이 비판에 직면했는데….
어린이 납치 사건 피해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이렇게 끔찍한 흉악 범죄가 터지면 나도 속상한데 피해 가족은 물론 어느 국민인들 속상하지 않겠나. 그렇지만 당장 다른 ‘최고수’에게 사형을 집행한다고 해서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그는 사형수 대신 최고수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도 최고수들을 면회하는가.
어제(4월8일)도 서울구치소에 찾아가, 옷장사를 하다 사업이 기울어 빚에 몰리자 강도로 돌변해 연쇄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사형 판결을 받은 이를 만났다. 그가 “안양 사건이 나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라며 괴로워하기에 나는 “그런 괴로운 마음은 네가 저지른 죄에서 비롯한 회개심이다”라고 말해주며 모든 살인사건 피해자를 위해 함께 기도하는 것으로 그를 달랬다.

국민 세금으로 흉악범을 먹여살리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도 있는데….
애초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흉악 범죄를 저지른 그들은 범행 순간 제정신도 아니고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끔찍한 짓을 저질렀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인간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보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법은 사형선고 뒤 바로 사형시키지 않고 교정시설에 가두는데 그런 최고수가 몇 달, 1년 지나다 보면 대부분 선한 인간으로 달라진다. 달라진 다음에 교수형을 집행한다는 것은 흉악범이 살인을 저지른 순간과 다를 바 없는 행위라고 본다. 어떤 이는 종신형이 사형보다 더 잔인한 형벌이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차원이 다르다고 본다. 고통을 받더라도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일도 시키고 죄값을 치르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은가.

사형수 없는 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유야 어쨌든 흉악한 범죄는 없어져야 하고, 범죄자는 벌을 받아야 하며 우리가 그 피해자의 상처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앞으로 흉악 범죄를 막으려면 사형을 집행하는 것보다는 사회가 구석구석 범죄 예비자가 안 생기도록 보호하고 감시하는 예방책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너무 물질만능의 이기주의가 팽배해 자기밖에 모르니까 사회가 이 지경이 된 면도 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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