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식약청(위)은 농심 부산 공장과 중국 공장을 조사했지만, 쥐 머리 혼입 가능성을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관리과 최순곤 사무관과의 대화 내용.

왜 조사 과정에서 제보자와 접촉하지 않았나?
농심이 새우깡에서 나온 게 쥐 머리가 맞다고 인정했는데, 무엇 때문에 제보자를 접촉하나?

농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단 말인가?

우리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농심이 왜 가만히 있었겠나. 부인하는 사람 있으면 데리고 와라.

이번엔 농심 홍보실 오창근 부장.
새우깡에서 나온 게 쥐 머리라는 걸 인정하나?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쥐 머리라는 걸 인정한 적이 없다. 우린 계속 그 이물질이 제조 공정에서 나온 단순 탄화물질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럼 왜 식약청 발표 때 부인하지 않았나?
식약청이 그렇게 발표한다면 우리 처지에선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공적 기관의 발표 아닌가. 어쨌든 새우깡 봉투에서 뭔가 이물질이 나온 건 사실이니까 국민 감정을 생각해서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그냥 덮고 가기로 한 거다.

억울한데도 그냥 앉아서 당했다는 말인가.
식약청도 추정된다고 밝혔지, 어떤 단정을 내리진 않았다.

식약청은 농심이 스스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생쥐 머리임을 인정했다고 지적하는데.
우리도 (쥐 머리로) 추정된다고만 발표했다. 인정한 게 아니다.


‘태산명동 서일필’(태산이 울렸지만 결국 쥐 한 마리만 나왔다) 꼴이다. 오히려 그보다 못하다. 결국 ‘생쥐 꼬리’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지난 3월1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는 많은 이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농심이 만든 노래방 판매용 새우깡에 ‘쥐 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들어 있다는 발표였다. 식약청은 농심 측에 생산 중단 및 제조환경 개선 등을 명령했고, 농심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4월10일 식약청의 발표가 아리송했다. 농심 부산공장과 중국 칭다오 현지 공장을 실사한 결과 제조 공정상 이물질이 들어갈 만한 정황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결과만 있을 뿐 식약청이 관련 근거를 밝혀내지 못함으로써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말았다.

이처럼 사건이 유야무야되자 의혹의 시선은 다시 사건 제보자에게 쏠렸다. 제보자가 보상을 노린 ‘식품 파파라치’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식약청이 조사 과정에서 제보자를 접촉하지 않은 점도 의심쩍었다. 하지만 식약청 측은 이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한다. 식품관리과 최순곤 사무관은 “농심 측이 모든 걸 인정했기 때문에 굳이 제보자와 접촉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농심의 반응은 이와 다르다. 앞서 밝혔듯 “새우깡에서 나온 이물질이 쥐머리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라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농심은 식약청의 발표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우리 때문에 식품업계에 초비상이 걸리지 않았나. 이미 얻어맞을 대로 다 맞았는데 우리가 끝까지 쥐머리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도의적으로 그냥 덮고 넘어가기로 한 것이다.”

ⓒ뉴시스생쥐깡 사건 직후 제품 생산을 중단한 농심은 지금까지도 쥐 머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생쥐깡 파동에 대한 농심의 태도는  살신성인 수준이다. 상이라도 줘야 할 판이다. 이상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식약청이 3월17일 ‘쥐머리 추정’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중요한 근거로 삼은 것이 농심의 자체 조사 내용이었다. 식약청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물질은 현물이 보관되어 있지 않아 생쥐 머리인지 여부를 정확히 판별할 수 없으나, 농심 공장의 자체 분석을 확인한 결과 이물의 크기는 약 16mm, 외관은 딱딱하고 털이 미세하게 탄 흔적이 있는 물질로서 생쥐 머리인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농심의 ‘말꼬리 흐리기’가 시작된다. 농심은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쥐머리라고 단정한 적은 없다’라고 주장한다. 오 부장의 말이다. “이물질의 양이 워낙 소량이어서 과학적으로 어떤 물질인지 증명하기가 불가능했다. 다만 새우깡에 이물질이 섞여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었고, 제보자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해 쥐머리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일 뿐이다.”

요약하면 ‘쥐머리로 추정은 되지만, 쥐머리는 아니다’라는 게 농심 측의 주장이다. 쥐머리가 아닌데도 제보자의 주장을 너그럽게 받아들였다는 해명도 놀랍다. 사실상 ‘말 장난’ 수준에 불과하지만, 농심이 이렇게 나오는 데에는 다 나름의 배경이 있다. 결국 문제는 식약청이 가장 중요한 물증인 ‘생쥐 머리’ 이물질을 한 번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증은 처음부터 끝까지 농심이 독점하고 있었다. 농심은 최초 제보자인 충북 청원의 한 소비자로부터 이물질을 확보해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이를 폐기했다. 농심은 “자체 조사 과정에서 이물질을 잘게 분쇄하는 바람에 시료로서 가치가 없어져 이를 폐기했다”라고 해명한다. 지금껏 농심은 제보자의 신원 공개도 철저히 꺼렸다.

식약청 “농심이 의도적으로 물증 폐기”

식약청은 농심이 의도적으로 물증을 폐기했다고 본다. 식약청 식품관리과 강봉한 팀장은 “사진 판독, 농심 내부 자료 분석 결과 새우깡에서 나온 건 쥐머리가 확실하다. 농심이 제멋대로 이물질을 폐기하는 바람에 이 모든 혼선이 생겨났다”라고 주장한다.

“농심의 주장과 달리 아무리 잘게 부순 물증이라도 DNA 검사는 가능하다. 검사 결과 부산 농심공장 주변의 쥐와 DNA가 일치한다는 분석이라도 나오면 논란은 종식된다. 농심 측이 무책임하게 물증을 폐기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지난 3월27일 농심은 이른바 ‘고객안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손욱 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객 불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고객이 정말로 안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이 제시한 물증을 제멋대로 없애버린 농심의 행태는 이런 다짐을 무색하게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농심은 이제 생쥐깡의 존재마저 부인하고 나섰다. 식약청은 반드시 새우깡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태도지만, 사건 당사자인 농심이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스타일을 심하게 구겼다. 관할 당국의 관리 부실과 업체의 발뺌 속에 소비자의 먹을거리 불안감만 깊어간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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