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들의 엉뚱한 작전 지휘
한국은 논픽션의 불모지다. 해외 출판계의 경우,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그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사건을 재구성해 논픽션으로 선보인다. 한국은 그런 책이 드물다. 국방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 서해 교전을 다룬 이 책을 쓰면서 김 편집장은 수십명의 예비역 장성과 현역 장교,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책이 한 편의 미드(미국 드라마)처럼 읽히는 건 이런 취재의 힘이다. 김종대 편집장은 “평소 같았으면 집필하는 게 불가능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군 내부의 일을 누가 말하겠는가.
절호의 찬스가 왔다. 2011년 이명박 정부가 육해공군 상부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육군 출신이 주로 맡는 합참의장이 육해공 참모총장을 지휘하는 구상이었다. 해군과 공군은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관련해 연평해전과 천안함 때 합참이 잘했느냐, 해군이 잘했느냐 논란이 벌어졌다. 김종대 편집장 같은 민간 군사전문가가 보기에, 이즈음 정보가 넘쳐났다. 장성들이 인터뷰를 하자고 먼저 요청해올 정도였다. 육해공군 갈등이 이 책을 탄생시킨 산파 구실을 한 셈이다.
김종대 편집장이 보기에 서해에서의 남북 대결은 남북한 정치권력의 충돌로만 설명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자율신경처럼 자체적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군대라는 조직 특성이 작동한다. 작전 최고사령부인 합참을 육군이 독식하고, 바다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이들이 작전 지휘를 하면서 전문가들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가령 1차 연평해전 때 일이다.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북한의 함정이 돌아간 상황에서 연평도에 있는 함정 열 척을 NLL 선상으로 끌어올려 대기시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이유는? “청와대에서 전술지휘통제시스템(NTDS)으로 다 보고 있어. NLL을 지키는 모양새가 나오도록 선상에서 대기하란 말이야. 1~2킬로미터 간격으로 일렬로 있으라고. 명령이야.”(〈서해전쟁〉 중에서).
김종대 편집장은 “노예들이 노 젓는 배가 박치기를 해서 적을 막는 것은 영화 〈벤허〉에나 나오는, 고대 로마의 전투 방식이다. 최신 함대로 이런 전술을 답습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선제 사격을 하지 말라고 할 때는 적군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이렇게 붙여놓으면 싸우게 된다. 결국 이런 혼선이 제1, 제2 연평해전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여론’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곤 한다. 남북한의 정부와 군대가 교전할 의사가 없는데도, 국민을 선동하고 흥분시키는 국내 여론이라는 괴물이 전투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는 것.
김종대 편집장은 대학 시절부터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 졸업 후에는 ‘반핵평화운동연합’이라는 평화운동 단체에서 일했다. 제14, 15, 16대 국회에서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참모진으로 일했고,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도 역임했다. 군사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에서 그를 찾는 경우가 많다. 2010년에는 정부 내 동맹파와 자주파의 논쟁을 다룬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다음 관심은? “하늘이다. 미국과 유럽이 전투기 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였는데, 그 항공 대전에 대해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