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의 공존 모색하는 ‘로컬푸드 대장정’
  • 김석 (전남 순천시의원·통합진보당)
  • 호수 312
  • 승인 2013.09.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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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박22일 동안 천리길 대장정에 나선 이들이 있다. 순천의 현실에 맞는 로컬 푸드 정책을 찾기 위해 농촌 봉사에 나섰다.
뜨거운 햇볕,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에다 숨은 턱턱 막히고 아스팔트는 절절 끓었다. 이 여름 8월16일부터 9월6일까지, 21박22일 동안 순천시 전역 24개 읍·면·동 천리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생산자 농민과 도시 소비자들을 연결하는 직거래와, 창의적인 로컬 푸드 추진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그들의 목적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순천시에서 조화로운 상생 방안으로 제시되는 로컬 푸드(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등) 정책을 순천 지역 현실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조사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순천환경운동연합, 순천시지속가능한생활공동체지원센터, 순천시 시민소통과, 시민단체 실무자 그리고 농민들이 직접 이 길에 동참했다.

로컬푸드 천리장정 참가자들은 마을의 일손을 도우면서 농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로컬푸드 천리장정 참가자들은 마을의 일손을 도우면서 농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큰 기대 속에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으나, 그들을 맞이하는 농민들은 낯설어했다. 농사를 평생 업으로 삼은 농민들, 귀농한 사람들, 농산물 가공공장 관계자들, 직거래 판매장에 나온 사람들을 만나고 마을회관에 들러 농민들과 즉석 좌담회도 열었다. 마을마다 70세 이하의 청년(?)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농촌의 고령화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간담회에서 10년 후 농촌을 상상해보자고 했을 때 이구동성으로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나오자 대장정에 나선 사람들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생태도시 순천에서 손이 많이 가는 친환경 농법을 강조하지만 일부 귀농인을 제외하면 고령화된 농촌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워 보였다.

먹여주면 밥값 하는 뺀질이 봉사단

천리길 대장정 참가자들은 농민을 만나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로컬 푸드 자원조사도 하면서 ‘먹여주면 밥값 하는 뺀질이 봉사단’이라는 이름의 봉사단을 만들어 직접 농촌 일손을 돕기로 했다.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보통 생산된 농산물의 경우 지역 농협을 거쳐 판매되는데, 친환경 농법으로 힘들게 생산한 자식 같은 농작물이 상품성이 떨어져 판로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직접 판매할 경우 브랜드 가치가 없다 보니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는 터라 자치단체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공동 브랜드와 유통망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참가자들이 직시한 농촌의 첫인상은 생명을 지키는 산업으로서 공동체를 유지하고 지역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수백 개 마을을 방문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로컬 푸드 천리장정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졌다. 순천의 실정에 맞게 로컬 푸드 사업을 통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며, 지역과 지역을 연결해서 활력을 불어넣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리길 대장정단의 활동은 22일 동안 발품 파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22일간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기록할 것이다. 이 기록은 9월5일 <친환경 순천농산물 직거래 으뜸도시 만들기, 로컬푸드 천리장정>이라는 보고회 겸 정책토론회에서 생산자인 농민, 소비자인 시민,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는 공무원, 예산을 심의하고 지원하는 시의원, 농민단체, 시민단체 그리고 많은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공유될 것이다.

공유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10년 후 농촌을 상상하면서 지표를 설정하고 역할 분담을 통해 당장 필요한 것들은 바로 추진할 것이고, 중장기 발전계획도 수립하게 될 것이다. ‘먹여주면 밥값 하는 뺀질이 봉사단’은 독자들이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천리장정을 계속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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