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다 타들어가는 거 같지라….”

전남 진도군 군내면 만금마을에서 대파 농사를 짓는 김범신씨(41)는 뿌리째 타들어가는 대파를 보며 떨군 고개를 들지 못했다.

8월22일까지 45일째 남부지방을 강타한 기록적인 가뭄은 전남 전역을 바싹 말려버렸다. 간척지 중심으로 진도가 466ha, 해남이 285ha, 완도가 62ha의 논 마름 피해를 입었고, 고구마·콩·대파 같은 작물을 심어놓은 밭도 1154ha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 이렇게 남부지방에 가뭄 피해가 큰 건 북태평양 고기압의 발달로 남부지방에 ‘마른장마’가 이어진 데다 이상기온에 따른 폭염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상청의 발표가 아니어도 한해 한해 변해가는 날씨를 체감한다는 김씨는 “기후변화의 문제도 크지라…” 하며 또 한숨을 내쉬었다.

취재 다음 날인 8월23일 진도에는 46일 만에 단비가 내렸다. 하지만 강수량 24.5㎜로 마른 땅을 적시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다시 비 소식이 이어진다고는 하지만 갈수록 ‘이상’ 현상을 보이는 날씨 탓에 한번 타들어간 김씨의 마음은 쉽게 해갈될 것 같지 않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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