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
지난 4월9일 미국 CNN의 한 시사평론가가 대중국 무역 적자를 논하면서 “우리는 납 성분이 든 페인트와 독이 든 애완용 동물 먹이 등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인은 기본적으로 지난 50년간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깡패 집단이다”라고 말했다. 이 쓰레기·깡패 발언에 대해 4월15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에 대한 무지와 적의를 드러낸 것이라며 악의적 발언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CNN은 4월16일 부랴부랴 공식으로 사과했다.

이런 해프닝을 볼 때마다 중국인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몇몇 중국 수출품에 불량이 있다는 사실에서, 중국인 전체가 깡패 집단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비약이다. 이렇게 중국 제품이나 중국 식품의 질을 폄훼하는 목소리가 반중국 민족주의로 확산되는 현상은 내가 8년째 사는 한국에서도 종종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농심 생쥐머리 새우깡 사건도 그렇다. 처음 농심을 비판하던 한국인은 문제의 새우깡 제조 공정 중 일부 과정이 중국 공장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비난의 화살을 중국에 돌렸다. 포털 뉴스 사이트 댓글에는 ‘역시 중국이 그렇지’ ‘나쁜 짱깨들’이라며 모욕하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중국 칭다오 공장을 현지 방문해 사흘 동안 조사한 결과, 제조 공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밝혀졌다.

한국 유통업자가 중국산 식품 유통·관리

설사 중국 공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중국 농심 칭다오 공장을 관리·감독해온 것은 한국 기업이었다. 농심은 중국 공장 방역 작업도 자체적으로 해왔다. 현실적으로 중국 정부나 사회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사례는 꽤 많다. 예를 들어 중국산 해물에서 납이 발견됐다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납을 넣은 사람은 한국인 유통업자였다. 현재 한국으로 수출되는 상당한 양의 중국 먹을거리는 중국에 체류하는 많은 한국인 유통업자의 손을 거친 것이다. 한국 언론은 유통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으로 ‘중국산 식품’에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이는 중국인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다. 중국 공장이 뭔가 낙후되고 더러울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하지만, 중국 정부의 위생 기준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산에 대한 지나친 편견과 폄하는 역으로 한국인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2005년 한국 정부가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해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이 문제가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 한국산 김치에서도 똑같은 기생충 알이 발견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알은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 무해한 것이었지만, 일본은 이 소식을 듣고 한국 김치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 한국의 호들갑이 한국 농업에 손해를 준 것이다.

물론 시장에 나가 보면 중국 제품이나 식품 중에는 한국산보다 질이 떨어지는 것이 많이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물건 가운데 가장 값싼 것이 수입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한국도 과거에 비슷한 개발시대를 거쳤다. 한때 일본은 불법 복제를 일삼는 한국인을 경멸한 적이 있다. 일본인 역시 2차 대전 이후 미국 제품을 모방한 값싼 제품을 수출해 서양인으로부터 놀림받았다.

불량 제품과 불량 식품 생산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가정주부로서 나도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살 때 비위생적인 식품을 사지 않으려 노력하고, 당국이 철저한 검역을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식품 위생 문제가 중국과 한국의 민족문제로 비화하거나 ‘마녀 사냥’에 나서는 식으로 해결되어서는 안 된다. 위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양국 언론이나 정부가 서로를 자극하며 나서는 것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찾는 게 나을 것이다.

기자명 우웨이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석사과정·중국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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