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팔봉면에 한국의 100대 명산인 팔봉산이 있다. 그 팔봉산 자락에 천일염산지종합처리장(소금 공장)을 위한 공사가 시작되자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봐도 소금 공장은 소금이 생산되는 염전 옆이나 바닷가에 있어야 한다.

소금 공장은 ‘천일염 수급 조절을 통해 생산 현지의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생산자 개인이 각각 수행해온 수집·저장·선별·유통 시스템을 규모화·집단화·현대화하여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개선한다’는 목적 아래 총 18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팔봉소금공장은 ‘산지’ 처리장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운 염전에서 약 30㎞ 떨어진 농지의 상류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정부의 정책이든 지자체의 일이든, 아니면 기업의 일이든, 그 사업에 따른 민원이 없을 수는 없다. 특히 혐오시설이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에 대해서는 주민 반대가 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갈등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맹정호 제공소금 공장 건설에 반대하는 서산시 주민들이 7월26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업자: “정부가 산지 처리장을 지원한다고 해서 신청했다. 정부 사업에 선정되어 절차에 따라 공사를 하는데 주민들이 막무가내로 반대를 하고, 주민 반대가 발생하자 지자체가 보조금 지원 결정을 철회했다. 이게 무슨 경우인가? 행정심판을 냈고 승소했다. 주민들이 계속해서 공사를 방해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다. 나도 보호받아야 할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주민: “소금 공장을 산속에 짓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 허가를 내준 서산시는 책임을 지고 사업을 철회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다. 주민들에게 사전에 일언반구도 없이 나랏돈을 이렇게 써도 되는가? 시장은 뭐 하는 사람인가?”

공무원: “정부 지침에 따라 사업자를 선정하고 허가를 내줬다. 주민들의 지적처럼 위치 선정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법에 따라, 지침에 따라 한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완강하게 반대하니 사업자가 다른 곳으로 사업장을 옮겨줬으면 좋겠다. 주민들의 주장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

정치인: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풀고 다시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번복하기는 어렵다. 우리에게는 조정할 권한이 없다. 그리고 집회는 법을 지키며 했으면 좋겠다. 주민들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 좋게 좋게 사업자와 절충하자.”

해수인(산지가 어디냐는 주민들의 질문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답변): “부지 선정, 설계 및 시설업체 선정 등은 사업시행 지침에 따라 해당 지자체에서 선정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지자체가 선정하면 그곳이 적절한 곳인지를 떠나 산지라는 의미?).”

주민 숙원 사업 해결하는 선에서 마무리

각자 자기 말만 한다. 팔봉소금공장의 사례는 단지 이 사업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민원은 위와 같은 시나리오로 흘러간다. 결국 주민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거나, 정부나 지자체가 주민의 다른 숙원 사업을 일부 해결해주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는 어렵다. 공개할 것은 미리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 이해와 설득의 과정이 길고 어렵지만 결국에는 일을 가장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이다. 누가 누구를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가 이해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기자명 맹정호 (충남도의원·민주당)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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