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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2 우승자 최강록씨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2 우승자 최강록씨를 만났다. 음악이 꿈이었던 그는 만화를 통해 요리의 세계에 푹 빠졌다. 요리사에게도 화가처럼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2013년 08월 24일 토요일 제3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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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빠졌다가 7㎏ 쪘다. 마음의 상태를 몸이 증명했다. 지난 8개월간 ‘피 말리는’ 승부를 벌일 때는 저절로 살이 내렸다. 그 뒤 한 달 반 동안은 자연스레 몸이 불었다. ‘보안’ 유지 때문에 주로 집에 있을 때였다. 자신의 우승 사실을 비밀에 부쳐야 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마셰코·올리브TV) 시즌2 우승자 최강록씨(36) 이야기다. 일반인 대상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7500분의 1 확률로 우승을 했다. 그는 상금 3억원과 부상, 자기 이름을 건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가 되었다. 누가 봐도 인생에 전환이 될 만한 고무적인 사건. 정작 본인은 덤덤한 편이다. “평생 요리하면서 살 거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다. 다만 ‘요리 권태기’였다. 활기가 없고 재미도 없었고 말년이 그냥 이렇게 갈 줄 알았는데 활력이 생겼다.” 요리를 시작한 뒤 줄곧 실패를 거듭했던 그. 모처럼의 성공 앞에 동요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8월9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만난 그는 기자를 보자, 방송에서처럼 시선을 떨구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윤무영</font></div>최강록씨(아래)는 음식에 오랜 공을 들이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8월 말 그의 이름을 건 요리 프로그램도 방영될 예정이다.  
ⓒ시사IN 윤무영
최강록씨(아래)는 음식에 오랜 공을 들이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8월 말 그의 이름을 건 요리 프로그램도 방영될 예정이다.
콩비지 크로켓, 아귀 맑은 조림, 메밀 김밥, 쇠고기 육수 달걀찜, 닭날개 고추장조림, 항정살 간장조림과 쌈장조림. 그가 경연에서 보여준 음식이다. 비교적 소박해 보이는 요리다. 전식·메인·후식의 세 가지 코스 요리를 내는 결승전에선 ‘여름을 준비하는 마음’을 주제로 전복죽과 나박김치 샐러드, 장어 소금구이와 장어 간장조림, 참깨푸딩과 복분자를 얹은 청포도를 냈다. 화면 밖 시청자는 음식을 ‘눈으로’ 먹는 수밖에 없다. 맛 평가는 심사위원에 기댄다. 노희영 푸드 마케터, 강레오 셰프, 김소희 셰프가 특유의 독설과 칭찬으로 도전자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최강록씨 역시 ‘알을 깨고 나왔다’는 극찬과 ‘최악이다’라는 독설 사이에서 내내 땀을 흘렸다.

화면 속의 최씨는 말이 느리고 좀 답답하다. 음식 플레이팅(요리를 보기 좋게 내는 것)이 서투르고 기껏 공들여 만든 요리를 제대로 설명할 줄 몰라 쩔쩔맸다. 항상 긴장하는 모습 때문에 연기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 그가 첫 등장부터 심사위원을 웃게 했다. 일본 요리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통해 요리를 시작했다는 말 때문이었다.

초밥 가게·반찬 가게 실패 거듭


처음부터 우승에 대한 집념이 강한 건 아니었다. 지원 당시 무료하고 힘든 데다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규 과정을 밟은 게 아니라 ‘장난처럼’ 요리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롤이 아직 한국에 없을 때, <미스터 초밥왕>을 보며 ‘이거다’ 싶었다. 원래 평생 음악을 하려고 했다. 고등학교 때 밴드를 하고 드럼을 배운 그는 입시 음악에 실패한 뒤 스페인어학과를 다니다 중퇴하고 스물네 살, 서울 신촌에 스시 가게를 열었다. 동업이 힘들다는 걸 처음 알았다. 불화가 생겼고, 혼자 회전초밥 집을 열었다. 손님들의 음식에 대한 식견이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음식보다 나이·경력·출신 등을 물었다. 최씨 스스로도 본인이 하는 음식이 진짜인지 아닌지 몰랐다. 가게를 접고 일본으로 건너가 조리사 학교에 들어갔다. 돌아와서 서울 잠실에 일본식 반찬 가게를 냈다. 만화가 그를 요리로 이끌었다면 지난한 ‘자영업 흑역사’는 일종의 수행 과정이었다.

<미스터 초밥왕> 속 주인공 쇼타 역시 요리 대회에 나가 경쟁자를 물리친다. 그의 요리를 맛본 이들은 ‘맛의 천국으로 혼이 날아갔다 왔다’ ‘최상급 모피로 목을 간지럽히는 것 같은 부드러움’ 등 문학적 감탄사를 연발한다. 최씨 역시 만화를 보고 초밥을 만들어봤지만 대개 실패했다. 특히 고등어초밥은 너무 비렸다. 여러 번 반복해서 지금은 웬만큼 맛을 낸다. 언젠가, 만화에서 본 대로 병어 뼈를 얇게 끊어 초밥을 했는데 맛을 본 손님이 감탄하며 ‘셰프’라고 불러준 적이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CJ 제공</font></div>최강록씨가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2에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항상 긴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CJ 제공
최강록씨가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2에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항상 긴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는 요리에 가쓰오부시(가다랑어 포)를 자주 써서 지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다음에도 일본 요리를 하면 점수를 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주어진 한 시간 내, 10분 안에 육수를 뽑기 용이해서 쓸 수밖에 없었다. 경연 기간 내내 합숙을 했다. 전업주부, 파이터, 식당 주인, 탈북자 출신 등 도전자 각각의 요리 인생과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특히 나이가 어린 김영준 도전자에게 감탄했다.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는 그의 손재주가 정말 좋았다. 그가 탈락했을 때는 모두 놀랐다. 누구라도 집에 갈 수 있겠구나 깨달았던 것.

탈락자를 보며 막막했다. 촬영 도중, 다니던 참치 무역회사에서 잘렸다. 반찬 가게도 두 달치 월세를 냈지만 결국 폐업했다. 생활이 엉망이 되었는데 지금 돌아가면 머리가 아플 것 같았다. 노희영 심사위원이 그에게 가게가 안 된 이유에 대해 지적했는데 정확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장사가 아니라 조그만 공간에서 예술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심사위원들에게도 많이 들은 말이 음식 하는 데 들인 공이 결과물에 잘 안 보인다는 것. 장어구이를 하는 데도 손질에 오랜 공을 들여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졸였다. 최씨는 그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음식보다 그저 오이지에 물 말아먹는 게 좋다는 그. 요즘 그에겐 한판 붙자며 도전을 신청하는 사람이 있다. 상금으로는 일단 빚을 갚고 조그만 요리 전문 도서관을 만들려고 한다. 도예가나 만화가, 화가에게 개인 작업실이 있는 것처럼 요리사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다. 당분간은 가게를 열지 않을 생각이다. 만일 하게 되면 테이블이 적은 곳에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싶다. <미스터 초밥왕>을 독파하던 데서 ‘마셰코’ 우승자가 되기까지, 왜 애써 덤덤해하는지 그간의 세월이 말해준다. 그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 <최강食록>은 8월 말 올리브TV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카레 하나 만드는 데 7시간이나 걸리는 레시피 등 비범한 그의 요리에, 다소 버벅대는 설명까지 보고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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