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형 중국집인 블랙앤압구정의 공동 출자자가 되고 싶을 때 직원들이 확보해야 하는 최소 지분은 5%(약 1600만원)다. 지분을 사고 싶어도 모아둔 돈이 없으면 부담이 될 만한 액수다. 이런 이유로 벽에 부딪힌 직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 논골신협이었다. 일단은 블랙앤압구정 창업주인 채혁씨부터가 2001년부터 신협과 꾸준히 거래를 하고 있었다(채씨는 현재 신협 감사다). 직원들도 대부분 논골신협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식당이 협동조합형 소유·운영 구조를 실험하게 된 것이다.

직원들은 그간의 신협 적금 등으로 출자금 일부를 마련했다. 문제는 나머지 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이었다. 중국집 배달원들은 은행 같은 제1금융권은 차치하고 신협 같은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신용등급이 낮고 담보물건도 없는 이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골신협 이사진은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이들을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채혁씨가 보증을 서되 대출금리를 최대한 낮춰주는 식으로 편의를 봐줬다.

그 결과는? ‘연체율 0%’로 나타났다고 유영우 논골신협 이사장은 말한다. 수입이 증가한 직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어김없이 빌린 돈을 되갚았다. 신용도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돈을 빌려 출자금을 늘리는 직원도 생겨났다. 신협으로서는 우수 고객을 확보한 셈이니 '윈윈'이다.

 

논골신협이 애초 리스크를 감수하며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논골신협은 1990년대 서울 성동구 행당동·금호동 일대 철거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만들고자 했던 설립 목적에 따라 논골신협은 지역 내에 새로운 협동조합 등이 만들어지고 자리를 잡는 데 든든한 울타리 구실을 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앤압구정은 '마을이 키운 협동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김동준 성공회대 교수는 말했다. 지역을 아우르는 협동경제 생태계가 왜 필요한지, 논골신협과 블랙앤압구정의 상생 모델이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시사IN 신선영논골신협은 협동경제를 이끄는 맏형 구실을 하고 있다. 지역생협(두레생협)에 무상으로 공간을 임대하고 있기도 하다. 사진 속 인물은 유영우 이사장.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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