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6일 오후 5시. 인천 중구 북성동 월미공원 횟집 거리에는 사람보다 갈매기가 더 많았다. 바닷가를 따라 공중에 떠 있는 고가레일에도 갈매기가 앉아 있었다. 원래 인천역으로 향하는 월미은하레일이 지나다녀야 할 가교다. 인천교통공사는 7월9일 월미은하레일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방치되어 갈매기들의 보금자리로 전락한 월미은하레일에는 853억 원이 쓰였다. 인천시 한 해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 744억 원을 훌쩍 뛰어 넘는 금액이다. 이미 설치된 고가레일과 시설물은 다른 활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인천시는 덧붙였다. 2008년 7월 착공 뒤 5년 만에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도시의 흉물이 된 셈이다.   
월미은하레일은 2005년 인천 구도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으로 처음 논의되었다. 월미공원, 인천역, 신포문화거리를 잇는 ‘월미관광특구 마스터플랜’의 일환이었다. 애초 기획은 노면전차(트램)였다. 인천시가 발주한 2006년 ‘관광전차 도입사업 타당성검토’ 연구 용역에서도 노면전차의 경제성을 모노레일보다 높게 평가했다. 인천시는 사업 시행처인 인천교통공사(이하 교통공사)와 사업기본협약(MOU)을 맺었고, 뒤이어 교통공사도 관계법령에 따라 자체 타당성 연구 용역에 나섰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경인선 인천역과 월미도를 잇는 관광용 모노레일인 월미은하레일이 계속되는 안정성 문제 등으로 잠정 중단됐다. 총 4개의 정차역과 지상 6m 높이 레일은 현재 운행되지않고 방치되어있다. 4개의 정거장 중 하나인 월미문화의 거리역 모습.20130717
ⓒ시사IN 신선영 경인선 인천역과 월미도를 잇는 관광용 모노레일인 월미은하레일이 계속되는 안정성 문제 등으로 잠정 중단됐다. 총 4개의 정차역과 지상 6m 높이 레일은 현재 운행되지않고 방치되어있다. 4개의 정거장 중 하나인 월미문화의 거리역 모습.20130717
 
2007년 교통공사에서 실시한 두 번째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사업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두 연구 결과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인천시에서 시행한 연구 용역과 달리 교통공사가 발주한 연구에서는 가교 위를 달리는 모노레일이 노면전차보다 더 적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 용역을 총괄한 서울대 이성모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는 2011년 9월7일 인천시의회 조사특별위원회(이하 조사특위) 3차 회의에서 “노면전차를 이용하면 도로 혼잡이 가중된다. 향후 경제성 부분을 고려한 결과 모노레일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특위에서 간사를 맡은 정수영 인천시의원(남구·진보정의당)은 “결과적으로 수요 예측이 잘못 되었다. 연구 용역을 맡은 이가 사업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시민들로부터 더욱 신뢰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5월에 교통공사가 발표한 인천발전연구원의 경제적 수지 검토 보고서에서는 월미은하레일을 원래대로 운행할 경우 연 3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난다고 분석했다. 2007년 용역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론이었다. 이에 대해 2007년 연구 용역을 총괄한 서울대 이성모 교수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경제성 분석과 수익성 분석은 다르다. 2007년 당시 연구 용역은 단순 재무상 손익을 예측한 게 아니라 교통환경 개선, 관광수익 증대 등 경제적 파급 효과를 함께 따진 결과다”라고 말했다.   
전체 사업은 턴키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턴키 입찰을 딴 한신공영은 철도시스템을 구축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 고속도로나 철도 토목공사 경험은 있었지만 철도 시스템 전반을 구축한 경험이 없었다. 협력업체로 궤도 위를 달릴 완성차량을 만든 로윈 역시 월미은하레일이 처음이었다. 월미은하레일에 적용된 ‘Y자형 레일(레일 단면이 Y자 형)’ 공법도 문제였다. 미국에 특허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시공법이었다. 2011년 시민검증위원회에 참여한 ‘인천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시방서(일종의 시공 매뉴얼)가 없는 레일 방식으로 공사를 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공사 일정도 너무 빠듯했다. 시에서는 2009년 8월9일 인천세계문화축전에 공사 기일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2011년 8월16일 조사특위 2차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규홍 당시 인천교통공사 사장은 전임 안상수 인천시장으로부터 도시축전에 맞춰 월미은하레일을 완공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사특위 보고서에도 “개통을  인천도시축전 개막시기에 맞춰 공사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설계, 시공 및 각종 검사와 시험운전에 필요한 절대 공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인천지하철노동조합 김승배 위원장은 “공사 시기나 절차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 기간 역시 차기 시장 선거에 맞추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다”라고 말했다. 
 
인천시의 바람과는 달리 최종 준공은 예정보다 10개월 지연된 2010년 6월에 이뤄졌다. 그런데 준공을 전후해 월미은하레일의 부실시공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당시 기술운영을 맡은 인천메트로(현재 인천교통공사와 통합)가 2010년 6월1일부터 시험운행에 나서면서 차량과 교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6월15일에는 차량 안내륜(차량 좌우 안내를 위한 바퀴) 우레탄 코팅부가 떨어져 나갔다. 준공 후 8월17일에는 안내륜 축이 끊어져 추락했다. 이 사고로 시험운행이 중단되었고, 시공사인 한신공영이 전면적인 하자 보수에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2011년 2월 시민검증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해 6월13일까지 활동한 시민검증위원회는 설계․차량․교각․안전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실시공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7월에는 인천시의회에서도 조사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2012년 5월까지 활동했다. 시의회 특위 후 인천교통공사는 월미은하레일 안전성 검사를 철도기술연구원(철기연)에, 수익성 검토를 인천발전연구원에 맡겼다. 2013년 5월10일 발표된 안전성 검증 요약보고서에서 철기연은 월미은하레일을 ‘총체적 부실’이라 평했다.  
가장 대표적인 부실 중 하나가 열차의 정위치 정차 신뢰도다. 월미은하레일의 경우 원래 멈춰서야 할 곳에 멈추는 확률은 74%에 불과했다. 네 번 중 한 번은 원래 멈춰야 할 곳에서 30cm이상 벗어난다는 의미였다. 철기연은 현재 상태로는 무인자동운전으로 모노레일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총 38개 개선사항을 지적하며 안전한 운행을 위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시공사뿐 아니라 공사 감리를 맡은 감리단의 문제도 드러났다. 부실감리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교각 접합 문제였다. 금호ENC를 비롯한 감리단은 허용오차범위 이상으로 벗어난 교각을 볼트 대신 용접으로 접합하라고 지시했다. 나중에 이 결정이 문제가 되어 볼트접합으로 바꾸었지만 시운전 중 차량 가이드축이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3년 5월23일 대법원은 감리단이 인천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부실벌점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한 원심을 확정하며 부실감리를 인정했다.   
준공 승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도 나왔다. 7월9일, 인천시는 월미은하레일 준공이 부적절하게 처리되었다고 발표했다. 시험 운전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2010년 3월12일 시공사가 준공검사 신청서를 제출했고, 열흘 뒤 인천시에서 준공검사증을 교부했다는 것이다. 감리단 역시 6월15일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다음 날인 16일 준공검사조서를 교통공사에 제출했다. 교통공사도 이에 대한 보완 요구 없이 6월28일자로 준공검사 처리를 완료했다. 그해 7월1일 송영길 현 시장이 취임하기 전에 준공을 마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인천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시공사도 문제지만 공사를 발주하고 진행한 교통공사 고위 공무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급하게 준공을 승인한 탓에 이후 책임 공방이 더 복잡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천 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허가) 이전에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결국 준공을 승인한 것이 법적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준공이 되면서 월미은하레일은 재시공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신공영이 하자 보수를 해야 하는 문제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당시 준공 허가와 관련된 인천시 관계자 4명과 인천교통공사 관계자 11명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교통공사는 현재 설치된 레일교각과 역 시설물을 다른 방식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미 소진된 853억 원은 시공사와 감리단에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교통공사 측은 구체적인 손해배상 청구액을 변호인단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공사인 한신공영 측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철기연이 지적한 38개 문제 중 37개 수정사항은 책임지고 고치겠다고 인천교통공사 측에 밝혔다. 그러나 공사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통공사는 한신공영과의 법정 공방을 위해 현재 설치되어 있는 모노레일을 6~8개월 더 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에서 감정이 완료되는 올 연말까지는 도시의 흉물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