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4~2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9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Special Measure Agreement) 체결을 위한 두 번째 고위급 협의회 회의가 끝났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중요한 것은 한 번 협상으로 4~5년간 8000억~1조원 가까이 드는 분담금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은 50% 분담 원칙론을 들며 매년 1조원 이상 요구했고, 한국은 물가상승률을 따져 8886억원가량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7월24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후문 앞에서 방위비 분담 협정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나가는 방위비 분담금이지만, 그동안 협상 과정과 분담금 사용처를 두고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는 원래 ‘주한미군 유지 경비는 모두 미국이 부담한다(5조1항)’라고 못 박고 있다.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예외적인 특별협정(SMA)을 1991년부터 맺기 시작한 것이다. 1991년 1월 1차 특별협정에 따라 당시 1073억원을 지원했고, 해마다 증가해 2013년 올해는 8695억원에 이른다(아래 표 참조).

방위비 분담금은 명목상 3개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주한미군 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이다. 협상 과정을 들여다보면, 항목마다 비용을 따져 총액을 정하지 않는다. 먼저 분담할 총비용을 정하고, 협정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으면, 이행 약정을 체결해 항목별로 쓸 돈을 정하는 거꾸로 셈법이다(33쪽 아래 표 참조).

더 큰 문제는 분담률의 기준이 되는, 전체 주둔비가 협정이 체결된 22년간 정확하게 한 번도 확인된 적이 없다. 총 주둔비용이 나와야, 이에 준해 50% 분담률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데 미군은 이를 한 번도 알려주지 않고 50%가 이 정도이니 부담하라는 식으로 협상에 나섰다.

ⓒ뉴시스7월24일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2차 고위급 회의가 열렸다.

1000억원대 이자수익 미국으로

분담률뿐 아니라 사용처에 대한 비판도 한·미 국회에서 동시에 지적된다. 2008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1조1193억원이 방위비가 그때까지 집행되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다. 한국이 분담금을 지급했지만, 미군이 쓰지 않은 것이다. 앞서 2007년 〈신동아〉 5월호는 2002~2006년 한국 정부가 지급한 군사건설비 가운데 8000억원을 부대 안 커뮤니티뱅크에 예치했고, 이 은행이 다시 계열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서울지점에 예치해 발생한 1000억원대 이자수익을 미국 국방부로 송금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2008년 8차 협상 과정에서 현금으로 지급되던 군사건설비를 현물 지원으로 바꾸기도 했다. 돈을 주는 대신, 우리가 시설이나 건물을 지어주는 식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집행되지 않는 분담금이 수천억원에 이른다. 최근 국방부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낸 자료에 따르면, 2009년 327억원, 2010년 854억원, 2011년 842억원, 2012년 1915억원이 쓰이지 않았다.

국방부는 아예 쓰지 않고 다음 연도로 넘어가는 이월액이 점점 늘자, 2011년부터는 분담금을 애초 주기로 한 금액보다 줄여서 지급하고 있다. 이월액을 줄이기 위해 감액 편성한 액수만 2011년 800억원, 2012년 900억원, 2013년 1335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3년간 애초 합의 금액보다 줄여 편성된 액수만 3035억원이다. 9차 협정에서는 이 돈의 처리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쓰지 않는 분담금 외에도 다른 용도로 쓰이는 전용 문제도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방위비 분담금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미2사단 기지 이전비로 사용하는 부분이다. 2004년 체결된 LPP 협정에서는 기지 이전 비용을 미국 측이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실상은 방위비 분담금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한·미 당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LPP 사업에 사용하기로 2000년대 초에 사전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국회 LPP 협정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은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사용처에 대한 불만은 미국 국회에서도 제기되었다. 지난 4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발간한 〈동맹국의 미군 지원비와 미국의 비용에 관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평택에 115억원이나 들여 미육군 제2보병사단 박물관을 건립하는데, 주한미군이 군사건설비 분담금을 박물관이 아니라 ‘임무상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용산 미군기지 식당 2개를 한 곳으로 통합하는 데 15억6660만원이나 드는데 이것이 과연 효율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보고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주한미군이 ‘공짜 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평택 미군기지에 50억원짜리 제빵·제과 공장을 한국 분담금으로 신축하려다 미국 의회의 제지로 중단된 사례도 보고서는 언급했다. 한국 업체가 맡아야 할 군수지원 업무를 ‘록히드마틴’의 자회사에 맡겨 2007~2011년에 406억원의 이득을 안기기도 했고, 11억원을 영리 목적의 미군기지 내 드래곤힐 호텔 종업원 인건비로 돌려쓰다가 미국 국방부 감찰관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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