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R은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등 일반은행 업무를 처리하지 않는다. 하는 일은 오직 비밀이 보장된 기관과 고객의 예금을 받는 것이다. IOR은 교황 비오 12세(1939~1958년 재직)가 1942년 6월에 설립한 이래 4명의 교황을 거치는 동안 사실상 치외법권을 누리면서 매년 수십억 유로의 자금을 받고 내보냈다.

유럽의 한 통계에 따르면, IOR에 고용된 직원은 114명으로 고객 2만772명과 계좌 3만3404개(4494개는 현재 휴면계좌)를 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말 현재, 자산 총액이 80억 유로로 당기순이익은 8660만 유로였다. 거래하는 은행도 스위스의 UBS를 포함해 40개에 이른다.

세계 어디에서든 돈을 다루는 기관이라면 영업 내역을 공개하고 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IOR의 대차대조표(영업 및 재무 내역)는 교황청 국무장관에게만 제출된다. 유럽연합(EU)은 물론 이탈리아 금융감독원이나 중앙은행도 IOR을 조사하거나 감독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무슨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바티칸 안에서도 몇 명에 불과하다. 개설 이후 IOR의 재무 내역이 어느 정도 공개된 것은 2012년이 처음이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2013년 1월1일, 돈세탁 혐의를 받아온 바티칸이 은행카드 등 전자 결제 수단 거래가 중지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탈리아의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이탈리아가 바티칸 시내에서 모든 은행카드 등 결제 수단 사용을 막았기 때문인데, 이 같은 조치는 바티칸은행(IOR)이 유럽연합(EU)이 제정한 돈세탁을 방지하는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려졌다. 현금이 필요한 관광객들은 로마까지 다녀와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만 했다. 2013-01-04
ⓒAP Photo 2013년 1월1일, 돈세탁 혐의를 받아온 바티칸이 은행카드 등 전자 결제 수단 거래가 중지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탈리아의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이탈리아가 바티칸 시내에서 모든 은행카드 등 결제 수단 사용을 막았기 때문인데, 이 같은 조치는 바티칸은행(IOR)이 유럽연합(EU)이 제정한 돈세탁을 방지하는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려졌다. 현금이 필요한 관광객들은 로마까지 다녀와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만 했다. 2013-01-04

그렇다면 교황청 내에서는 IOR을 어떻게 감독할까? 5년 임기의 추기경 5명으로 구성된 ‘추기경위원회’가 IOR에 대한 최고 감독기구다. 추기경위원회는 IOR 감독위원회 의장과 감사(주교급)를 임명한다. 그리고 감독위원회 의장은 다시 IOR의 은행장 격인 사무총장을 임명한다. 감독위원회의 현 의장은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IOR 개혁을 위해 영입한 독일인 금융가인 에른스트 폰 프레이베르크다. 지난해 5월 비리 혐의로 해임된 에토레 고티 테데치의 후임이다.
기자명 뮌헨·남정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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