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손은 정확히 코란도의 엔진과 몸체를 기억했다. 기름에 굳어 있던 나사를 풀기 위해 집어든 공구를 타고 전해지는 진동에서는 설렘마저 들었다. 그렇게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중고차에서 풀어낸 2만 개의 부품을 하나하나 희망으로 조립해 새 자동차‘H(heart)- 20000’을 만들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사이에서 자신들 손으로 차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온 건 2009년 정리해고 직후부터였다. 하지만 동료의 장례식장과 경찰서를 드나들기에 바빴던 이들에게 공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넋두리’에 불과했다. 국정감사가 무위로 돌아가고 뭔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을 때 ‘함께 살자 지킴이’가 제안한 것이 ‘H-20000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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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을 예상한 작업은 언론사의 취재에 응하느라 반나절을 쉬고도 이틀 만에 완료됐다. 작업을 감독했던 문기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54)은 “작업한 지 1시간도 안 되어 작업 순서가 떠오르고 공구들이 손에 익었다.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다는 것을 절감한 기회였다”라고 했다.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 널리 퍼지라며,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로 외관을 꾸민 이 자동차는 6월7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H-20000 모터쇼’에서 새 주인을 만났다. 만든 이들은 22년간 노동 현장을 찾아 노래로 연대해온 ‘희망의 노래 꽃다지’에게 이 차를 기증했다.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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