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다섯 달 남짓 남겨놓고 나는 방황했다. 내 적성과 흥미를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내가 어떤 학과에 진학해서 어떤 직업을 가지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지만 고3이라는 신분은 그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귀를 열면 “다섯 달만 죽었다고 생각하고 공부만 하라”는 말이 들렸고, 눈을 돌리면 밤낮없이 EBS 교재를 파고드는 친구들이 보였다. 공허한 마음에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렇다고 나 혼자 진로를 찾는 것이 ‘틀린’ 아이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시사IN 신선영6월3일 충북교육과학연구원에서 서동효 모티브하우스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공감 콘서트에 다녀왔다. 사실 참가 자체가 고민이었다. 고3에게 정말 중요하다는 6월 모의고사를 겨우 이틀 앞둔 날에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수능은 몇 번 더 있지만, 미국 명문대생이 나서는 공감 콘서트는 이번이 아니면 들을 수 없었다. 행사가 시작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나는 내 선택이 반은 옳고 반은 틀렸음을 깨달았다. 강연자들이 명문대생이기 때문에 좋은 기회였던 게 아니다. 꿈을 향해 늘 노력하는 사람들의 강연이라서 바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치로 무장한 7명 멘토들의 강연은 진정성이 듬뿍 묻어났다. ‘시련을 받아들여라. 목표가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 모든 멘토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시련과 좌절과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든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한편으로 돈이나 지위 같은 사회적으로 중요시되는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부모의 바람 역시 저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실패했을 때 받게 될 비난과 내가 잃게 될 것들이 두려워 웅크렸다. 하지만 자기 길을 열심히 걷는 멘토들의 강연을 듣고 비로소 확신을 가졌다. 과정이 힘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마주칠 수많은 갈림길 중에 내가 선택한 길을 내 행복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자명 한국교원대 부설고 3학년 이효진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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