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두려운가? 남의 눈을 무시하라”
  • 서울·춘천·청주 전혜원·김동인 기자
  • 호수 300
  • 승인 2013.06.21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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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의 사회 환원 프로그램인 ‘청소년을 위한 공감 콘서트’가 열렸다. 멘토로 나선 미국 대학 유학생들은 자신의 시련을 담담하게 털어놓으며 참석자를 격려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한 고등학생이 주뼛주뼛 손을 들었다. 자신은 역사학을 공부해 교수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멘토에게 물었다. 멘토는 확답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그 학생에게 용기를 주었다. 학교 친구나 교사에게는 털어놓지 못한 자신의 꿈을 드러내고 질문을 한 것 자체가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첫 질문자에게 줄 작은 선물을 준비했던 멘토 강사는 “선물은 꼭 저 친구에게 주고 싶다”라며 나머지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멘토·멘티 만남에 참여한 고등학생 20여 명은 박수로 화답했다. 박수를 치는 학생들도, 박수를 받은 학생도 눈가가 젖었다.

5월29일(서울), 5월31일(강원), 6월3일(충북) 열린 ‘2013 청소년을 위한 <시사IN> 공감 콘서트’는, 행사 취지 그대로 공감의 순간들이 이어졌다. 소셜 펀딩으로 창간된 <시사IN>은 사회 환원 프로그램으로 고등학생 대상 무료 강연인 ‘공감 콘서트’를 2010년부터 진행해왔다. 지난해까지 미국 하버드 대학·MIT 한인학생회와 함께 진행했고, 올해에는 컬럼비아·프린스턴·스탠퍼드 대학과 UC 버클리 한인학생회까지 참여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사회봉사에 뜻이 있는 미국 명문 대학 유학생들과, 독자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기를 바라는 <시사IN>이 의기투합한 결과다. 미국 명문 대학 한인학생회와 <시사IN>이 공동 추진하는 공감 콘서트를 일각에서는 유학 설명회로 오해한다. 하지만 공감 콘서트는 ‘꿈’을 열쇳말로,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유학생들이 ‘멘토’로 나서는 나눔 강연이다. 이런 취지는 게스트 특강부터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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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9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바람의 딸’ 한비야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장이 특강 강사로 나섰다. 한씨는 “아직도 학교에서 지구촌이라고 배우나요? 낡은 생각입니다. 이제는 ‘지구 집’ 시대에 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이는 머리에는 세계지도를, 가슴에는 불화살을 담고 가슴 뛰는 일을 하는, ‘더불어 삶’을 강조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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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로 나선 미국 명문대 유학생 7명은 15분씩 TED식 강의를 이어갔다. 먼저 UC 버클리 한인학생회 회장인 우승민씨(31)는 단칸방 도면을 보여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의 어린 시절 집은 방 한 칸이었다. 대학에 다닐 때 아버지가 베체트병이라는 난치병을 앓아 가정환경은 더 기울어졌다. 전 재산을 치료비로 썼고, 다행히 아버지는 일어났다. 이런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투잡’ ‘스리잡’을 하며 대학을 졸업했다. 정부 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떠났다. 우씨는 “실패할 때가 끝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이 난다.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자”라고 말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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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꿈이 없거나, 강요된 꿈을 꾸거나</strong><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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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 디자인스쿨에서 공부하는 정근환씨(27)는 대학 2학년 때 700점을 받은 토익 성적표를 보여주었다. 영어를 잘하지도, 교외 변두리에서 자라 미적 감각이 뛰어나지도 않은 그가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배경은 무엇보다 ‘자신감’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우린 젊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무시하자”라고 말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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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점 강사로 나선 황재윤씨(29)는 컬럼비아 대학 국제정책대학원에 다닌다. 황씨는 대학을 다니다 ‘반수’ 끝에 세종대 호텔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여자’ ‘나이’ ‘간판’ 3대 악재 탓에 취업문은 좁았다. 겨우 취업문을 뚫었지만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여행이었다. 관광상품 개발을 통한 제3세계 지원 프로젝트가 그녀의 꿈이었다. 황씨도 여전히 영어는 잘 못하지만 자신만의 콘텐츠로 무장하며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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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은 꿈을 기준으로 하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꿈이 없거나 부모가 기대하는 꿈을 자신의 꿈으로 착각하거나. 강요된 꿈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프린스턴 대학 한인학생회장을 지낸 감종훈씨(32)가 멘토로 나섰다. 부모가 그에게 바라는 것은 의사였다. 의대를 줄기차게 지원했다.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삼수 끝에 그는 ‘적성(적당한 성적)’에 따라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꿈이 없었다. 장애인들을 돕는 공익근무요원을 하며 감씨는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사랑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이들 앞에서 자기 고민은 사치로 여겨졌다. 꿈을 꿨고, 하고 싶은 환경공학 공부를 찾아 나섰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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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버클리 수학과에 다니는 이가람씨(24)는 자신을 ‘소녀시대’와 같은 나이라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웃음은 곧 안타까운 탄성으로 이어졌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방황이 시작되었고 거푸 대학 입시에 떨어졌다. 삼수 때는 아버지가 3대째 하던 음식점마저 화재로 전소되었다. 남들은 평생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사건’을 그는 10대 때 모두 겪었다. 실패·회의감·절망감·고독이라는 단어에 익숙했던 이씨는 그래도 ‘나’를 놓지 않았다. 이씨는 “시련을 삶을 완성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극복할 수 있다”라는 경험담으로 강의를 마쳤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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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에게 꿈은 멀고 수능은 가깝다. 부모는 수능을 앞두고 모든 활동의 잠정 중단을 강요하기 마련이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한인학생회 하승재 회장(25)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쓸데없는 일도 언젠가는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는 구슬이라며 ‘구슬 꿰기’를 강조했다. 하씨는 어려서 게임과 인라인스케이트에 빠졌다. 인라인스케이트와 물리를 접목했고, 게임을 하며 컴퓨터공학에 빠져들었다. 하씨는 “우리의 가치를 낮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등학생 한명 한명의 가치는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라고 눈높이 강연을 했다.

마지막 강사로 스탠퍼드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한혜민씨(28)가 나섰다. 한씨는 전직 교사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웃음 코드를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의 강의를 듣는 동안 학생들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한씨는 어머니가 3개월치 봉급을 모아 사준 386 컴퓨터에 빠졌다. 정확히 말하면 ‘컴퓨터 게임’에. 보물 1호 컴퓨터는 쓰레기통을 들락거렸다. 컴퓨터를, 정확히 말해 게임을 너무 하고 싶어서 중학교에 가지 않았다. 검정고시를 통과해 정보통신고(실업계)에 진학했다. 가보니 웬걸, 컴퓨터 공부는 안 하고 ‘뇌세포가 녹아내릴 정도로’ 납땜만 했다. 게임 ‘도사’들과 틈틈이 ‘스타크래프트’를 섭렵했고, 본격적인 컴퓨터 공부를 하는 등 자체적으로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하면서 그와 친구들은 실업계에서 명문대에 진학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씨는 “미국에서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면 목표를 가진 학생들은 더 긍정적인 삶을 살았다. 잠깐 넘어지고 힘들더라도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꿈=직업? 꿈=가치!”

학생들은 흔히 꿈을 직업으로 착각한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 꿈 1위에 교사가 나오는 이유다. 직업을 꿈으로 여기는 착각을 강원과 충북 지역 게스트 특강에 나선 서동효 모티브하우스 대표가 깼다. 서 대표의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다. 그는 ‘꿈 문화기획자’라는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고 CEO로 활동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꿈=직업’이 아니라 ‘꿈=가치’를 강조했다. 서 대표 강연에 학생뿐 아니라 인솔 교사들이 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교사는 “교실에서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 순간 학부모 항의에 시달린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서 대표가 해줬다”라고 말했다.

강사들의 강의가 끝난 뒤 공감 콘서트만의 특징인 멘토·멘티 만남이 이뤄졌다. 학생들이 1지망, 2지망 멘토를 정해 두 번씩 만남을 가졌다. 강원도 강연에 같은 학교에서 무려 100명이 신청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 학생 6명을 데리고 아예 서울 강연을 보러 왔다는 강릉고 강은준 교사는 “실패도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학생들이 받아들이고 새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공감 콘서트 기념사진은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sisainforum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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