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 아마 아주 오래전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요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지방은 화가 난다.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 이전부터 21세기 초세계화가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중앙이라는 곳으로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고, 정보가 모이고, 문화가 모이고, 모일 수 있는 모든 것이 모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모이니까 힘이 생겼다. 중앙이라는 곳은, 서울이라는 곳은 블랙홀과 같이 모든 것을 흡수하고, 모든 것을 배설했다. 그러는 사이 중앙이 아닌 지역은, 시골은, 갯마을은 없어지고 사라졌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넋두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중앙권력의 생각이다. ‘시골 촌놈들이 열심히 일은 안 하고 밥 달라고 떼쓰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자꾸 묻게 된다. 지방이 잘사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일까? 아니면 국가의 경쟁력과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일까?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방의 기업 유치에 된서리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지방은 그야말로 찬밥 신세였다. 정권 자체가 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이 없다 보니, 모든 것은 수도권 위주였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첫해부터 전면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섰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그런데도 대기업은 돈을 장롱에 쌓아놓은 채 투자에 나서지 않았고 일자리도 늘지 않았다. 반면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로 지방만 치명타를 맞았다. 충남도의 경우 2010년에는 200개 기업이 이전해왔으나 2011년에는 92개, 2012년에는 69개 기업이 이전하는 데 그쳐 기업 유치에 된서리를 맞았다. 기대를 갖고 만들었던 산업단지는 텅 비었고, 황해경제자유구역은 그 운명을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지리적으로 수도권의 덕을 다른 지역보다는 더 본 충남이 이럴진대 다른 지역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문제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수도권 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 따위로 수도권 규제를 푸는 시도를 계속한다. 수도권에 있는 기업들은 지방 이전을 포기하고, 반대로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수도권으로 이전하려고 분주하다. 지방은 이래저래 1970~1980년대 있었던 탈농촌 행렬이 재현될 조짐마저 보인다.

충남발전연구원의 임준홍 연구원은 “지역별 특화발전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고사 위기에 놓인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자주 재원 확충을 위해 ‘균형발전 교부세’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옛적 콩나물 교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듯이, 또한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행복과 삶의 질을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는 대한민국의 불행이자 국민의 불행이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이 성장하면 딴살림을 차려주었다. 분가시킬 때 빈손으로 나가 알아서 살라고 하지는 않았다. 큰아들에게 조금 더 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자식 모두가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밑천을 주었다. 그게 여러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었다.

대한민국을 골고루 살피는 균형발전 정책은 지금 그 어떤 정책보다 중요하다. 특히 정권 초기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대결 구도를 만든다면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지방만 살자는 게 아니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기자명 맹정호 (충남도의원·민주통합당)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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