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은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 유저들을 ‘루저’라고 규정한다. 표창원이 최근 ‘일베에 대한 분석’이라고 공개한 글에서도 일베 유저들은 “강하고 능력 있는 ‘남자’이고 싶지만 경쟁에서 탈락하고, 인정 못 받는 현실에 좌절하며, 이를 약자 공격으로 분풀이하는” 이들로 묘사된다. 이들이 몇몇 선동가에 의해 “사이버 정치 조폭으로 훈련, 양성, 이용”당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일베의 루저들은 루저일 뿐 아니라 남의 부추김에 금세 넘어가는 ‘백치’가 된다. 루저-백치들은 집단적으로 일탈행위를 함으로써, 즉 통제하거나 순치시키기 어려운 인간이 됨으로써 사이코패스 같은 ‘괴물’이 된다. 그리하여 배제하고 “주변화해야 하는”(진중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일베 유저들은 자신들이 루저로 낙인찍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일베 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학력 인증’은 자신들이 루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집단적 의사표현이었다. 자신들을 ‘루저-백치-괴물’로 만드는 시선에 맞서 ‘루저-백치-괴물’이 아니라는 통속적 증거들을 열거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자신의 반대자들과 정확히 동일한 가치관, 즉 원한감정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