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에서 한때 주민자치위원회 주도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전국적으로 전파했던 동네가 있다. 바로 덕연동이다. 인구는 5만여 명으로 순천시에서 가장 많고, 3개 법정동(연향동·덕암동·생목동)으로 구성된 곳이다. 전국 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순천에서 처음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을 자발적으로 추진했던 곳이다.

2005년 순천시와 순천 YMCA가 협력해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인 ‘좋은 동네 주민자치대학’을 개최하면서 덕연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마을 만들기와 인연을 맺었다. 2006년 ‘동네 한바퀴’를 통해 9개의 자연 마을과 신도심을 연결하고, 청소년들과 마을 지도를 만드는 등 덕연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신도심 주민들과 원도심 주민들이 화합하고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김석 제공순천시 덕연동 주민자치위원회 월례회의. 도시텃밭 등 지속적 사업을 점검한다.
아파트로 꽉 들어찬 갑갑한 신도시 지역에 1300㎡(약 400평)의 땅을 개간해 주민들에게 분양한 후 ‘한 평 텃밭 도시농부’ 사업으로 아파트 공동체에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을 했고, 경로당에서 10원짜리 화투를 치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국화를 1년 동안 가꾸게 한 뒤 가을에 전시해서 시상도 했으며, 경로당 안에서 콩나물을 길러 아파트에 파는 등 왕성한 주민자치 활동으로 순천에서는 물론 전국에서 알아주는 동네였다.

또 덕연동 주민자치 활동은 침수 피해 예방 사업에까지 진출했다. ‘SOS 물길 찾기 사업’은 2010년 행정안전부 민간인 부문 안전문화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도시인 연향동에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배수구가 막혀서 상가 및 주택 침수 피해가 나는 것을 주민 스스로 막아보고자 했다. 물길을 따라 배수구 332개를 찾아 그림지도를 만들고, 자원봉사자가 수시로 배수구 청소를 실시했다. 집중호우 때는 물길을 열어 침수 피해를 막은 사례로 높이 평가받았다.

10년 내다보는 지속적 사업을

그런데 최근 덕연동 주민자치위원회의 마을 만들기 활동 소식이 뜸해졌다. 심지어 시들해졌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필자는 오랜만에 월례회의에 참석해 분위기를 엿보았다. 평일 오후 4시, 28명 정원에 24명 참석. 회의 서류 준비와 진행은 공무원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회의 시간은 1시간을 넘지 않았다. 이날 회의의 주된 내용은 ‘사랑빵 나눔’ ‘도시텃밭 사업’ 등 덕연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일을 점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주민자치위원 몇 분께 물었다.

“덕연동 활동이 요즘 뜸한가요?”

“뜸했다고? 설마. 지금까지 많은 일을 벌였고, 그 일들을 다 추스르다 보니 그렇겠지. 새로운 일보다 해왔던 일이 너무 많아. 덕연동 주민자치위원 아직 살아 있으니, 걱정 말게.”

순천시가 2004년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자치와 마을 만들기 활동을 전개한 지 10년째이다. 그동안 마을 만들기 지원 조례도 제정됐고, 올해는 마을 만들기를 지원하는 중간 조직인 ‘생활공동체 지원센터’도 만들어졌다. 예산도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등 양적으로는 성장했다.

그러나 매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주민자치위원회의 피로도는 갈수록 누적되는 것 아닌지 한번 점검해볼 시점이 온 것 같다. 신선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보다 마을의 10년을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지원하고, 마을 일꾼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지속적인 교육과 학습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순천시 마을 만들기의 앞으로 10년을 장담할 수 있지 않을까.

10년 동안이나 행정이 마을 만들기 지원을 위해 이렇게 노력한 도시가 얼마나 될까? 지속 가능한 마을 활동을 위해 기본(사람과 공동체, 마을 자원과 사업)에 더 충실해야 할 것이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앞으로 10년을 더 멋지고 알차게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기자명 김석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 www.kimdol.ne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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