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일의 장기 농성 후 얻어낸 복직의 약속, 하지만 회사 사정으로 인해 2년6개월여 연기된 출근일. 결국 2809일이라는 멀고 먼 시간을 돌아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인 기륭전자(현 기륭이앤이) 조합원들이 회사로 돌아왔다.

5월1일 노동절을 보낸 다음 날. 윤종희 조합원 등 해고자 10여 명은 서울 동작구 기륭이앤이 신사옥에 출근했다. 그 사이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담당 업무도 받지 못하는 ‘절반의 복직’이었지만 회사를 살려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열정이 출근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94일간의 단식 농성과 포클레인 위의 고공 농성을 이어가던 ‘투사’가 실은 그토록 일을 하고 싶어하던 노동자였다는 사실은 힘차게 손을 흔들며 회사로 들어가는 그들의 환한 표정에서도 느낄 수 있다. 쌍용차, 콜트콜텍, 재능교육 등 아직도 출근하지 못하는 해고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지만, 그들에게는 일생일대의 순간인 출근이 시작됐다.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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