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 도시농업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동네 골목과 아파트 발코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텃밭 상자(재활용한 스티로폼 상자와 빨간 대야)는 이제 각 자치구에서 ‘보급형’으로 제작되어 배급되고 있고, 학교 운동장이나 건물 옥상에서도 도시농업의 꿈이 자라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단지 내에 텃밭을 조성해 분양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마포구에서 도시농업이 본격 추진된 것은 올해가 2년째다. 2011년 초, 도시농업에 관심 있는 지역의 개인과 단체들이 모여 ‘마포도시농업네트워크’를 구성한 후 꼬박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도시농업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확보해 2012년 봄 상암동에 첫 번째 도시 텃밭이 만들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구청의 도움으로 확보된 대지는 2310㎡(700평). 이걸 쪼개어 개인에게 나눠주는 방식보다는 마포에서 새로운 도시 텃밭의 모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상암두레텃밭’이다.

일단 땅의 절반 정도는 ‘공동체 텃밭’으로 운영해 주민들이 직접 경작하는데, 이것도 개인 분양은 아니고 조별로 주민들이 함께 경작하도록 했다(주민 60명이 12개 조를 만들고 각각 12지신의 이름을 붙였다). 또 일부 공간은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하는 텃밭으로 만들어 생태농업을 배우고자 하는 주민들의 교육장으로 활용했다. 나머지 공간은 ‘체험 텃밭’으로 조성해 주민과 아이들의 농사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텃밭 디자인과 조성은 공공예술을 하는 동네 예술가들이 맡았다. 상
암두레텃밭 운영자 중 한 사람인 이지영씨는 “상암두레텃밭에 가보면 주민 텃밭의 단출함과 체험 텃밭의 아기자기함, 농부학교 텃밭의 자유분방함이 요리조리 섞여 있다”라고 말한다.

주민과 아이들이 텃밭 설계

상암두레텃밭은 몇 가지 운영원칙을 갖고 출발했다. 첫째, 생태유기순환 농업을 원칙으로 한다. 제초제와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비닐 피복을 하지 않으며 음식물 쓰레기와 오줌 등을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둘째, 경작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이 땅을 ‘자기 땅’으로 여기지 않고 수확물의 50%는 지역사회에 기부한다. 처음부터 이런 원칙을 공지하고 텃밭 참여자를 모집했는데 주민들의 반발도 많았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다고 하니까 “텃밭 때문에 인근 아파트에 냄새가 진동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수확물의 50%를 기부한다는 말에 “여기서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라는 항의까지 욕도 참 많이 먹었다. 실제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생태농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밤에 몰래 와서 화학비료를 뿌리고 가기도 했고, 도시농부들의 경작 본능은 ‘내 땅’에 대한 집착으로 왜곡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은 참여자들이 월례회의를 통해 스스로 조정하면서 점차 개선되어 나갔다. 그리고 인근 주민들을 위해 11월에는 ‘1일 장터’를 열어 친환경 무와 배추를 싸게 판매했고, 거기서 나온 수익금을 상암동에 있는 삼동소년촌이라는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했다.

올해는 상암두레텃밭 외에 또 한 곳에서 도시 텃밭이 운영된다. 방치된 나대지 한 곳을 주민들의 제안으로 ‘교육 텃밭’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땅이 삼각형 모양이라 일명 ‘삼각 텃밭’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현재 텃밭 설계를 학생들이 직접 하고 있다. 텃밭 제안에서부터 설계, 운영, 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주민과 아이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우리는 왜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려 하는가?’ 각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텃밭상자 보급과 도시 텃밭 분양이 전시행정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도시농업이 가진 공동체성에 더욱 주목해야 할 때이다.

기자명 오진아 (서울 마포구의원·진보정의당)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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