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8층 노인 병동 창가에 앉은 김순남(가명) 할머니의 취미는 나무 그루수 세기다. 그런 할머니에게 취미가 하나 더 생겼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현수막 세기다.

지난 2월26일 홍준표 지사가 이끄는 경남도는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했고 4월1일까지 휴업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할머니처럼  지속적인 치료를 요하는 노인 병동 환자들은 따로 갈 곳이 없다. 일반 병원은 돈이 되지 않는 장기입원 환자를 반기지 않는다. 장기입원 환자들에게 의료원은 최후의 보루다. 전국 공공 의료원 34곳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곳이 7곳뿐임에도 존재해야 할 이유는, 이들이 이윤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공공의료의 영역을 맡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날로 거세지지만 홍준표 지사는 도무지 생각을 바꾸지 않을 기세다. 그 사이 진주의료원 주변은 나날이 황폐해져 간다.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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