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해임된 바로 다음 날 사표를 내기 직전, 김재철 전 사장은 ‘소송 취하’ 사인은 하지 않았다. 대신 일부 서류를 결재했다. 지난해 자신이 뽑은 파업 대체 인력 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사장으로서의 마지막 권한 행사였다(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MBC 정책홍보부 김태형 부장은 “인사에 대한 부분은 내부 문제라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만 말했다).
MBC 내부에서는 해고와 시용기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사람을 새 사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재철 전 사장의 임기를 채울 신임 사장에 자천타천으로 황희만 전 MBC 부사장,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전영배 MBC C&I 사장, 최명길 MBC 보도국 유럽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황희만·이진숙·최명길 등 사장 후보로 거명
황희만 전 MBC 부사장은 2010년 방송문화진흥회의 지명으로 보도본부장이 되었다. 당시 엄기영 사장은 사장 동의 없는 방문진의 인사에 항의성 사표를 냈다. 2011년에는 MBC C&I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손바닥TV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호의 손바닥 뉴스〉와 같은 프로그램이 윗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 지난해 4월 경질되었다.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파업 기간 내내 ‘김재철 사장의 입’ 노릇을 하면서 MBC 노조와 껄끄러운 관계를 연출했다. 당장 여권 인사 입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되지도 않을 거다”라고 지적했다. 최명길 MBC 보도국 유럽지사장은 노사 양쪽에서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MBC 기자는 “최 선배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말이 후배들 사이에서 나오는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최 지사장은 한나라당을 출입하던 2007년 당시 박근혜 대표와 단독 인터뷰를 한 인연도 있다.
누가 사장으로 오더라도 해고자와 시용직원 문제 등 김재철 전 사장이 남긴 숙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사장 한 사람이 어떻게 잘나가는 언론사를 순식간에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김재철 전 사장이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