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후 이라크 재건에 참여한 민간 업체들은 확실한 이권을 챙겼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이라크 재건에 참여한 상위 10대 기업이 전쟁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 10년간 적어도 72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미국의 자원개발 업체 할리버튼의 자회사이자 부시 정권의 딕 체니 부통령(사진)이 운영했던 KBR은 지난 10년간 395억 달러나 벌어들였다. 그 다음은 쿠웨이트 회사들로, 물류업체 아질리트 로지스틱과 쿠웨이트 석유공사다. 각각 72억 달러, 6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라크에는 미군이 모두 철수한 이후에도 여전히 1만4000개 업체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병력 5500명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라크 전쟁으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챙긴 나라는 어디일까.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터키다. 전쟁 이후 터키의 대(對)이라크 수출은 매년 25%씩 증가해서 2012년에는 108억 달러에 달했다. 사설 경호업체들도 이라크 전쟁으로 떼돈을 벌었다. 방탄조끼나 헬멧 및 보안물품 제조업체, 위성 사업자, 시멘트 공급업자, 운송업체 등도 수혜자이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비난하던 이란도 이라크 전쟁으로 재미를 봤다. 1980년대에 100만여 사상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이란 정권과 사담 후세인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였다. 그러나 고맙게도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뒤 이란과 같은 종파인 시아파가 이라크의 정치권력을 차지하게 도와준 것이다.

쿠웨이트도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것을 매우 행복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후세인은 1991년 쿠웨이트를 불시에 침공해 걸프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쿠웨이트 처지에서 이라크 전쟁은 이 같은 후세인을 제거하고 재건 사업을 통해 돈도 벌게 해준 고마운 사건이었다. 이스라엘에게도 이라크 전쟁은 혜택이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강자인 후세인이 제거된 이후, 안보 라인을 훨씬 수월하게 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라크에는 비극뿐이다. 전쟁 이후 이라크 경제 상황은 매우 열악해져 실업률이 중동 최고 수준(16%)이다. 더욱이 사담 후세인 시대에는 무상으로 제공되던 전기나 물이 끊어져 지금은 돈으로도 못 구하는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 많던 원조금은 모두 부패한 관리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이에 대해 영국 〈인디펜던트〉는 “현재 이라크는, 돈 없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죄 없어도 감옥에서 나올 수 없는 나라다”라고 논평했다.

이라크는 세계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산유국이다. 그러나 이 혜택을 누리는 것은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들뿐이다. 서민의 불만은 날로 커져간다. 심지어 ‘후세인 시절이 그립다’는 시민들도 있다. 전쟁은 서민을 피폐하게 만드는 반면 기득권자는 조용히 미소 짓게 하는 괴물인 것이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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