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라크 전쟁으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챙긴 나라는 어디일까.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터키다. 전쟁 이후 터키의 대(對)이라크 수출은 매년 25%씩 증가해서 2012년에는 108억 달러에 달했다. 사설 경호업체들도 이라크 전쟁으로 떼돈을 벌었다. 방탄조끼나 헬멧 및 보안물품 제조업체, 위성 사업자, 시멘트 공급업자, 운송업체 등도 수혜자이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비난하던 이란도 이라크 전쟁으로 재미를 봤다. 1980년대에 100만여 사상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이란 정권과 사담 후세인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였다. 그러나 고맙게도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뒤 이란과 같은 종파인 시아파가 이라크의 정치권력을 차지하게 도와준 것이다.
쿠웨이트도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것을 매우 행복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후세인은 1991년 쿠웨이트를 불시에 침공해 걸프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쿠웨이트 처지에서 이라크 전쟁은 이 같은 후세인을 제거하고 재건 사업을 통해 돈도 벌게 해준 고마운 사건이었다. 이스라엘에게도 이라크 전쟁은 혜택이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강자인 후세인이 제거된 이후, 안보 라인을 훨씬 수월하게 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라크에는 비극뿐이다. 전쟁 이후 이라크 경제 상황은 매우 열악해져 실업률이 중동 최고 수준(16%)이다. 더욱이 사담 후세인 시대에는 무상으로 제공되던 전기나 물이 끊어져 지금은 돈으로도 못 구하는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 많던 원조금은 모두 부패한 관리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이에 대해 영국 〈인디펜던트〉는 “현재 이라크는, 돈 없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죄 없어도 감옥에서 나올 수 없는 나라다”라고 논평했다.
이라크는 세계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산유국이다. 그러나 이 혜택을 누리는 것은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들뿐이다. 서민의 불만은 날로 커져간다. 심지어 ‘후세인 시절이 그립다’는 시민들도 있다. 전쟁은 서민을 피폐하게 만드는 반면 기득권자는 조용히 미소 짓게 하는 괴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