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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간이>에서 빠졌던 것들

인도영화가 한국에 오면 춤과 노래 장면이 삭제된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하지만 그런 이질적인 것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놓고 있음을 방증한다.

배명훈 (소설가) 2013년 03월 26일 화요일 제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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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에는 텔레비전에서 인도영화 <세 얼간이>를 방영했다. 인도에서는 <아바타>와 맞대결해 압승을 거뒀을 정도로 즐겁고 신나고 감동적인 영화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본 이 영화는 어딘지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다른 영화였다. ‘인도영화’ 하면 딱 떠오르는 그것, 춤과 노래가 전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내가 본 인도영화 중 가장 재미있었던 <옴 샨티 옴>이 개봉됐다. 하지만 영화 상영시간이 몇 년 전 영화제에서 봤을 때보다 짧았다. 다행히 노래와 춤 장면은 꽤 많이 살아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일부는 삭제됐다. 삭제된 노래들이 하필 그 영화를 아는 인도영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건 여전히 아쉬웠다.

발리우드라는 이름은 봄베이와 할리우드를 조합한 말이다. 영국 사람들이 뭄바이를 봄베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맨 앞에 B가 들어가게 됐는데, 실제 해당 업계 종사자들은 ‘힌디 영화권’이라고 부르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들은 발리우드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미국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전혀 다른 미학으로 즐거움을 추구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웃음과 눈물과 춤(!)을 이끌어낸다.

   
 
그 정점은 영화 중간에 들어가는 노래와 춤이다. 바로 이 장면들 때문에 한국에서는 인도영화가 종종 뮤지컬 영화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이 노래들이 인도 대중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팝(pop)’ 그 자체다. 다른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중음악과 뮤직비디오가 소비되는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소비된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인도영화는 영화 중간에 별 상관도 없는 뮤지컬이 들어가 있는 B급 영화가 아니라, 영화 안에 그 문화에서 가장 핫한 앨범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인도 대중문화의 결정체다. 이런 영화들을 ‘마살라(인도 향신료) 무비’라고 부른다. 그런데 인도영화들이 한국에 건너올 때면 언제나 이 뮤직비디오 부분이 애물이 된다. 가끔은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다. 실종사유는 이런 식이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재미있는 건 영화 전체에 흐르는 마살라 무비에 대한 자기 패러디에서 보듯 <옴 샨티 옴> 자체가 이 문제에 대단히 민감한 영화였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우리 영화가 이래저래 웃기게 보이는 거 우리도 알아. 그런데 그게 어떤 식으로 웃긴 건지 제대로 한번 보고 싶지 않아?”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그 통렬한 자기 패러디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한국적 정서’의 반응은 이랬던 모양이다. ‘엇, 이거 뭔가 괴상하잖아. 없애야지.’ 싹둑!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나난 그림</font></div>  
ⓒ나난 그림
인도영화가 비주류 문화라 믿고 싶은 걸까

한류는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지만 인도영화는 비주류 문화라고 믿고 싶은 걸까? 세상이라는 건 디자인이 참 희한하다. 문을 잠그고 가만히 틀어박혀 있으면 정말로 내가 세상의 중심인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하니까. 하지만 밖으로 나가서 많은 것을 보면 볼수록, 어쩌면 진짜로 중심에 접근해 갈수록, 역설적이게도 그렇지 않다는 확신이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인도영화가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와는 다르고 종종 우리 정서에 맞지 않지만 이미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그 문화는, 미안하지만 한국문화의 하위문화가 아니다. 그게 괴상한 건지 훌륭한 건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이질적인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면, 그거야말로 우리가 문을 열고 세상 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는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 세상은 원래 이질적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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