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열에 아홉은 일본산
  • 송지혜 기자
  • 호수 287
  • 승인 2013.03.1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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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생태·대구·고등어 등이 일본에서 많이 수입된다. 환경단체들은 방사능 허용치를 낮추고 검역 방식을 엄격하게 바꾸라고 요구한다.
주부 전선경씨(42)는 반찬거리 고르는 게 가장 괴롭다. 원산지를 묻고 첨가물을 따지느라 한 번 장을 보는 데 2~3시간씩 걸린다. 일본산이 조금이라도 함유된 제품이라면 미련 없이 구입을 포기한다. 2년 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생겨난 변화다. 정부가 아무리 안전 기준을 강화해도, 두 아이 엄마인 전씨는 곧이곧대로 믿고 사기 어렵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딸아이가 ‘문어 먹고 싶다’고 조르는 통에 남미 해역에서 난 제품을 2년여 만에 구입했다. 이따금 세네갈산 갈치,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따져 묻고 샀다. 인근 해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김·미역은 구입하지 않는다. 전씨는 올해부터 멸치 국물로 만든 음식을 끊기로 결심했다.

2011년 3월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두 해가 지났지만 방사성 오염물질에 대한 공포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특히 토양에 쌓인 방사능 물질을 제염한 물이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수산물에 오염이 집중됐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산 수산물은 지난 한 해 3만t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산물 소비량이 많다.


요즘은 생태(냉장 명태)가 성어기이다. 10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 홋카이도 연근해에서 연간 20t이나 되는 명태가 잡힌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생태는 90% 이상이 일본에서 수입된다. 보건환경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입량이 줄었지만 이전에 비해 70% 수준으로 유지된다”라고 말했다.

일본 수산청은 일본 해역에서 수확된 수산물을 수출할 때 방사성 물질 검출 여부를 조사한다. 허용 기준치인 세슘(134Cs+137Cs)이 ㎏당 100㏃(베크렐·방사성 물질이 방사선을 방출하는 단위)을 넘지 않으면 방사능 검사증을 발행하고 산지증명서를 제출한다. 홋카이도에서 잡힌 명태는 4일 만에 부산항에 도착한다.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 대부분은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다. 한 상인은 “일본산 수산물 중에 국내에서 잘 잡히지 않는 생태와 대구가 가장 많다”라고 말했다. 업체들이 통관 절차를 밟는 동안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가검물을 채취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다. 수입량과 산지 등 서류를 확인하는 1차 작업에 이어 무작위로 채취해 방사성 오염물질을 검출하는 2차 작업을 진행한다.

일본산 고등어 역시 같은 경로로 수입된다. 고등어와 같은 난류성 어종은 원전사고가 난 후쿠시마 해역과 한국 연근해를 회유한다. 원산지와 관계없이 방사성 오염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 상인은 “일본산 생태는 식당에서 주문해 곧바로 소진된다. 고등어는 통관 후 전국 각지로 흩어진다”라고 말했다.

다른 어종에 비해 수입량이 많은 고등어와 명태 등에서 방사성 오염물질 검출 건수가 많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세슘 검사 결과, 검출 건수가 2011년 21건에서 2012년 101건으로 5배 늘었다. 냉동 고등어는 2011년 1건(72t)이었으나 지난해 37건(2335.8t)으로 검출 건수와 물량이 대폭 증가했다. 명태도 12건(58.9t)에서 34건(186.4t)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들은 검출량이 허용 기준치를 넘지 않아 모두 유통되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우리나라의 세슘 허용 기준치는 100㏃/㎏(다른 나라에 대해 370㏃/㎏)이다. 지난 2년간 5㏃/㎏ 미만 검출된 경우는 93건(76%), 5~10㏃/㎏ 검출은 22건(18%), 10㏃/㎏ 초과는 7건(5.7%)이었다. 20~40㏃/㎏이 검출된 경우도 5건에 달했다.

플루토늄·스트론튬도 검사해야

환경단체들은 현재 우리 정부가 실시하는 수입 수산물에 대한 검역 방식을 보면, 미량 검출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방사성 오염물질 검사를 위해 채취하는 가검물은 품목당 1㎏. 한 건당 수입량이 2만㎏이든, 1000㎏이든 관계없이 일정하다. 이 때문에 시료가 전체의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대표성 있는 분석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은 “방사성 오염 물질이 식품을 통해 몸 안에서 흡수되면 장기로 이동해 세포에 직접 영향을 준다. 내부 피폭의 우려가 있는 만큼 더욱 철저하게 검역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세슘과 요오드만 검사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로 31종의 인공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에 비산되었기 때문이다. 차일드 세이브의 운영자 최경숙씨는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스트론튬을 추가 검역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칼슘과 유사하게 뼈에 축적되는 스트론튬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위험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에는 농산물·가공식품·식품원료에 들어가는 일본산 제품 정보가 올라 있다. 이온음료·맥주·가공두부·가공치즈·생리대 따위에 들어가는 일본산 원료는 일주일에 한 차례 식약청에서 직접 검사한다. 일본산 식품에서 세슘·요오드가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무조건 일본으로 다시 보내 13가지 추가 핵종 검사를 요구한다. 하지만 식약청은 단 한 번도 일본산 식품에서 허용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경우를 발표하지 않았다. 방사능 검출로 반송되고 폐기된 건은 통계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독일방사선방호협회는 방사성 허용치를 성인 8㏃/㎏(아동 4㏃/㎏)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방사능 기준을 낮추라거나 일본산 제품의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과학적으로 판단했을 때 매우 안전한 수치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수출 시 엄격한 검사 과정을 거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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