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아웅산 수치일까, 아웅산 수지일까?

‘아웅 산 수 치’ 여사가 자신의 이름을 원래 발음과 유사하게 한글로 표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가명을 미얀마가 아닌 버마로 불러달라고도 요청했다. 국립국어원은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은선 기자 alles@sisain.co.kr 2013년 03월 07일 목요일 제285호
댓글 0
미얀마(버마) 민주화 운동의 산 증인은 아웅산 수치일까, 아웅산 수지일까? 두 표기 모두 틀렸다. 국립국어원이 1999년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에서 결정한 표기법에 따르면 ‘아웅 산 수 치’가 맞다. 외신들은 ‘Aung San Suu Kyi’로 표기한다.

그런데 지난 1월31일 아웅 산 수 치 여사가  본인의 이름을 원래 발음과 더욱 유사하게 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여사는 국가명을 미얀마가 아니라 버마로 불러달라고도 요청했다. 방한 일정에 동행했던 미얀마 민족민주동맹(NLD) 지부의 조모아 활동가는 “외국의 모든 지명과 인명을 완벽하게 옮길 수 없다는 걸 우리도 안다. 하지만 ‘아웅산’은 성이 아닌 데다가 마지막 음절도 ‘찌’에 가까우니 ‘아웅산수찌’, 정 안 되면 ‘아웅산 수찌’로 표기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얀마 인명에는 띄어쓰기가 없다. 또한 미얀마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말을 자신의 이름에 넣기도 한다. 즉 ‘아웅산수찌’는 ‘수찌’란 이름에 아버지 아웅산 장군의 이름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미얀마 출신의 인권활동가 소모뚜 씨는 “‘수’는 ‘모으다’ ‘찌’는 ‘맑다’란 뜻을 가진 말이다. 미얀마에선 ‘맑은 것을 모두 가진다’란 뜻의 좋은 이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 치 여사는 방한 당시 ‘수치’란 한국어 단어의 뜻을 전해 듣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뉴시스
1월28일~2월1일 방한한 아웅 산 수 치 여사(위)는 자신의 이름을 원래 발음과 유사하게 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웅 산 수 치 여사 본인의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한국 일부 언론은 ‘아웅산 수지’로 표기를 바꾸거나 ‘아웅산 수치(수지)’처럼 표기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언론 보도를 통해 여사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이후에도 당장 뾰족한 수를 내놓긴 어렵단 의견이다. 국립국어원은 “‘아웅 산 수 치’는 제26차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1999. 3. 3)에서 심의해 결정된 표기로, 지금까지 그러한 방식으로 쓰여 왔으므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립국어원 “3월에 다시 논의할 예정”

국립국어원 어문연구팀 담당자는 “아웅 산 수 치 여사 방한 이후 열린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서면회의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서면회의는 만장일치가 원칙이기 때문에 이 건은 오는 3월에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모든 어휘에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1991년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가 생겨났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위원회는 ‘시사성 있는 외국어·외래어의 한글 표기를 심의해 일반인에게 제시’한다.

하지만 위원회가 제시한 표기법에 불만이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2011년 GM대우가 ‘쉐보레’로 브랜드명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국립국어원은 ‘Chevrolet’의 올바른 표기를 ‘시보레’로 지정했으나 GM대우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는 영국인 대니얼 튜더(Daniel Tudor) 씨도 자신이 ‘대니얼’이 아닌 ‘다니엘’로 불리길 원한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인명 ‘Daniel’에는 ‘대니얼’과 ‘다니엘’, 두 가지 한글 표기가 적용된다. 해당 이름을 가진 인물이 미국·영국인이거나 미국·영국에서 주로 활동했을 경우에는 ‘대니얼’로 표기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니엘’로 표기된다. 그는 “‘단열’ 혹은 ‘댄열’이 제일 가까운데 한국인들은 나를 ‘다니엘’로 부른다. ‘대니얼’은 미국식으로 들린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