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라는 말이 유행이다. 주택문화에 관심이 늘면서 주택 관련 전시회나 강좌 혹은 기사도 넘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강좌를 찾아다니는 사람이나 관심을 드러내는 이의 대다수가 아파트에 산다는 점이다.

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고 언젠가는 그런 집을 지어 살아보고 싶다고 느끼는 걸까? 아마도 단독주택이 우리 가족 특성에 맞는, 우리만을 위한 공간과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는데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아파트에서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일까?

먼저 아파트의 단점을 꼽아보자. 마당이 없다. 아이들끼리만 뛰놀고 가족이 함께 고기를 구워 먹거나 나무를 키울 공간이 없다. 아파트는 거대한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아토피 피부염·알레르기성 비염·천식 등을 유발한다. 획일적인 평면 구성이라 가족 특성에 맞게 공간을 꾸미기가 어렵다. 요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층간 소음으로 아래윗집 사이 분쟁도 잦다. 대단지로 이루어져 자동차 없이는 마트도 가기 힘들고,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는데 공동관리비를 내는 것 또한 단점이다.

그런데 아파트는 이런 단점만 있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냉난방에 유리하다. 유지 보수, 쓰레기 처리, 경비 문제 등을 관리사무소에서 어느 정도 해결해준다. 단지 내 학교로 아이들이 통학할 수도 있고, 대중교통이 단지 앞까지 이어져 교통이 편리하다. 매매가 손쉬워 환금성이 뛰어나며 발코니를 이용해 수납공간을 확보하고 비가 올 때도 창문을 열 수 있어 좋다. 현대인의 가장 큰 선택 기준인 편리성으로 보면 아파트만 한 주택 형태가 없다.

이런 편리한 기능과 화려한 조명으로 이루어진 아파트 문화를 버리고 단독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

단독주택의 장점은, 마당이 있고 애완동물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으며 층간 소음이 없고 우리 가족만을 위한 평면 구성과 창고 작업실과 같은 개인 프라이버시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채광과 환기가 용이하고 목조 주택일 경우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연을 덜 훼손하게 되며, 우리만의 집이라는 애착도 강해진다. 

물론 단독주택의 단점도 수두룩하다. 집을 짓게 되면 공사비와 토지 비용이 많이 든다. 냉난방 및 관리비가 아파트보다 늘어난다. 편의시설 이용이 어렵고 도심일 경우 주차와 방범, 유지 보수 문제가 생각보다 어렵다. 관리사무소 대신 스스로 유지 관리를 해야 한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 집을 파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건축법규 문제에 대해서도 손수 해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이렇게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단점을 확인해보면 알 수 있듯이, 두 개의 대표적인 주택문화는 보완적이다. 아파트의 장점은 단독주택의 단점이고, 단독주택의 장점은 아파트의 단점이다. 따라서 아파트냐, 단독주택이냐의 선택은 결국 가족 구성원의 성격, 그 집안의 특성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는 무분별하게 유행을 따라 가는 행위다. 집이 옷이나 구두, 시계 같은 패션 상품도 아닌데 유행을 따라 또 광고 문구를 따라 선택한다면 악몽이 시작된다.

건축가와 아주 오래 이야기 나눠야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이미 아파트 문화에 깊이 빠져 편리한 생활을 누린다. 그런 사람이 매스컴에서 홍보해 대는 집짓기 열풍에 휩쓸려 아파트를 탈출해 단독주택에 입성하겠다는 꿈을 꾼다면 분명 땅을 사는 순간부터 후회가 시작될 것이다. 집이 지어지는 동안 스트레스가 쌓일 것이고 준공이 되면 눈물을 펑펑 흘릴지도 모른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나 여행안내 책자나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여행은 세상에 없다. 아름다운 일몰과 테라스에서의 와인 한잔은 막히는 도로를 뚫고 없는 시간을 쪼개고 여행사의 옵션 가격을 조정하면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전망 좋고 한적한 곳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텐트 앞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원적외선을 쏘이는 캠핑을 하기 위해서는 집에서 캠핑 장비를 꾸리고 캠핑 후 젖은 도구를 말리는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이것저것도 싫으면 맞춤형 호텔 패키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의 편리함을 놓지 않고 단독주택의 창의성을 느끼고 싶다는 말은 ‘뜨거운 얼음’을 찾는 격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건, 그래도 집을 짓고 싶다면 최소한 6개월 이상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주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주택 관련 서적과 전시회를 챙겨 보는 것은 물론이고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을 만나 조언을 듣고 그 집에도 한 번은 방문해서 사는 걸 직접 보기 바란다. 그다음에는 건축가를 만나야 한다. 건축가는 건축주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내어 그 사람 앞에 꺼내놓는 사람이다. 집장사를 만나서 위험한 게임을 시작하지 말고 건축가를 만나서 아주 오래,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

주택은 생물이다.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은 죽어간다. 집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당신을 당황케 할지 모른다. 집에 대한 애정은 내가 만들어가는 집짓기의 시작이다.

기자명 신희창 (건축환경연구소 A.M.C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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