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기 드라마를 거느린 거대 방송사에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자체 드라마로 도전장을 내민 넷플릭스. 텔레비전 업계의 기존 문법을 바꾸려는 넷플릭스의 실험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넷플릭스는 인터넷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미국의 유료 서비스다. 1997년 인터넷을 통해 DVD를 우편으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2009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했다. 인터넷에 연결만 되면 컴퓨터·스마트폰은 물론 웬만한 텔레비전, 게임기, DVD 플레이어, 세톱박스 등 100여 가지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어디서나 넷플릭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가입자 2700만명을 거느렸고, 캐나다·영국·멕시코 등지로 서비스를 확대 중이며, 연매출이 4조원에 달하는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넷플릭스에 가입했다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 기존 영화나 드라마 등 외부 콘텐츠를 구매해 이용자에게 보여주던 넷플릭스가 최근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에서만 독점으로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내놓은 것이다.

그 신호탄으로 넷플릭스는 2011년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라는 드라마 프로젝트에 1억 달러를 투자하고 독점권을 확보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하고 〈세븐〉 〈파이트 클럽〉의 명감독 데이비드 핀처가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심야에 몰아서 보는 시청 행태 노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총 2시즌 26화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한 편에 약 40억원을 주고 사온 것이다. 한국에서 드라마 한 편의 제작비가 평균 1억~2억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투자다.

지난 2월1일 드디어 〈하우스 오브 카드〉가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되면서, 넷플릭스는 또 한 번 기존 방송사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접근방법을 폈다. 1시즌 13화를 한꺼번에 공개해버린 것이다.

기존 방송사의 드라마 방영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새 드라마의 경우 일주일에 보통 1편씩 방영한다. 특히 사전 제작이 일반적이지 않은 한국에서는 매주 드라마를 제작해 그때그때 방영한다. 그러다보니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후반부 줄거리가 바뀌기도 하고 인기 여부에 따라 드라마의 전체 분량이 늘거나 줄어든다. 이것이 방송사 처지에서는 투자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이익을 내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마지막 부분에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장치를 붙이고 입소문을 내서 시청률을 올려가는 전략을 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한 번에 13화 모두를 공개하는 방법을 택했다.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의 시청자들은 주말이나 심야에 긴 드라마도 한 번에 몰아서 마라톤하듯 본다는 새로운 시청 행태에 도박을 건 것이다. 넷플릭스에는 광고가 없고 모든 수입을 가입자의 월 이용료(7.99달러)에 의존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시도이기도 하다.

독점적인 콘텐츠를 확보해 가입자를 끌어 모으려는 넷플릭스의 전략은 미국의 프리미엄 케이블채널인 HBO나 쇼타임 등과 비슷하다. 〈왕좌의 게임〉 〈소프라노스〉 등 개성 넘치는 오리지널 시리즈로 유명한 HBO의 경우도 광고가 아닌 월 시청료로 운영한다.

넷플릭스는 계속해서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가입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독립창작자들을 지원해 자체 콘텐츠를 확보해나간다는 유튜브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단순한 인터넷 영화 서비스에서 텔레비전 방송의 영역으로 진군해 들어가는 넷플릭스의 전략이 성공할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첫 시도인 〈하우스 오브 카드〉에 대한 현지 언론과 시청자들의 평은 매우 좋다.

기자명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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