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이씨네가 사는 구정리 일대에 골프장 건설 허가가 났다. 골프장은 구정리 마을을 포위하듯 에워싸는 형태로 건설될 예정이었다. 이씨네는 강제이주 대상은 아니었지만, 골프장 인근 20㎞ 이내 마을에 살았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농사는 베러부러.” 이씨네는 그동안 친환경 농사를 지었다. 제초제 등 농약을 남용하는 골프장 허가는 그들에게 농사를 짓지 말라는 소리와 같았다.
그때부터 470일 동안 골프장 반대 농성을 하다 보니, 농사일은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해 봄에는 밭일을 하다가도 기계 소리만 나면 산으로 달려갔다. 호미를 든 장화 신은 노인들이 소나무를 베려는 건설사 직원들과 맞섰다. 인간 띠를 만들어 굴착기를 둘러쌌다. 85세가 넘은 노인들도 소나무를 안고 굴착기를 막았다. ‘어르신 투사’ 덕에 공사는 잠정 중단 상태다.
1월28일 점심께 기자가 농성장에 도착하자 이씨가 대접에 밥을 펐다. 동해안 지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밥 식해와 무채, 물김치, 배추김치가 반찬통째 신문지 위에 깔렸다. 그가 손수 수확한 친환경 쌀과 무·배추·고추로 만들었다.
최근 주민들은 최명희 강릉시장과 면담을 하고 주민·강릉시·골프장 추진업체 3자가 참여하는 상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씨는 “저놈의 골프장 땜시, 그동안 설에도 친정과 시댁에 못 갔더랬어. 올해는 갈 수 있겄구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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