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서울 용산 남일당 망루에 아버지와 함께 올랐던 이충연씨는 단 하루도 그날 일을 잊은 적이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지켜준 아버지 이상림씨를 놔두고 망루에서 뛰어내렸다는 죄책감은 그를 절망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죽은 이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더 강해져야 한다는 책임감은 그를 더욱 담금질했다.

살아남아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은 감옥 안 충연씨만의 몫은 아니었다. 아내 정영신씨도 어머니 전재숙씨도 모두 진실을 알리겠다며 지난 4년을 견뎌왔다. 그 가족이 다시 모였다. 비록 ‘끼워넣기’였을지언정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 덕을 봤다.

1월31일, 4년 만에 집에 온 충연씨가 어머니께 절을 올린다(사진). 죄송함과 감사함이 교차한다. 제2의 용산 피해자가 없도록, 진실을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라는 다짐도 한다. 그런 그들을 영정 속의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세배이다.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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