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의 순간들 제프 다이어 지음, 한유주 옮김, 사흘 펴냄 제목은 ‘결정적 순간’의 변용이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하는 ‘결정적 순간’ 대신 저자는 ‘지속의 순간’을 말한다.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는 순간의 포착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지속된다는 의미다. 작가 제프 다이어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이고 에세이스트이면서 출판 편집자다. 문학에서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의 주제를 아우르는 글쓰기를 한다. 이번 책에서 그는 1800년대 초기부터 현재까지 활동해온 사진작가 42명의 이야기와 작품을 비평한다. 사진에 관한 그만의 독특한 독해가 담겨 있다. 사진의 열거 순서와 방식은 무작위다. 한 작품에 ‘꽂혀’ 오랫동안 설명하기도 하고 아우구스트 잔더(사진작가)의 작품에서 나오는 눈먼 걸인이 브루스 데이비슨의 사진에 담겼다가 워커 에반스, 윌리엄 이글스턴의 시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주 소설가와 사상가의 글을 인용해 이미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독자가 보는 건 한 장의 사진이지만 글을 따라가다 보면 사진 속 현장 근거리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진가의 모습까지 눈에 그려진다.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 에릭 밀스톤·팀 랭 지음, 박준식 옮김, 낮은산 펴냄
크랙 캐피털리즘 존 홀러웨이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펴냄 반자본주의 운동에 이론적 영감을 제공해온 존 홀러웨이가 말하는 균열(크랙)은 광장 점거같이 거창한 게 아니다. ‘텃밭에서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장노동자’같이 자본주의에 속박된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것. 그래서 ‘크게 한 방’이 아니라 ‘균열’이다.
무국적 요리 루시드 폴 지음, 나무나무 펴냄 음악인·화학자에 이력을 하나 더 보탠다. 소설가. 루시드 폴이 단편 여덟 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을 냈다. 놀랄 일은 아니다. 평소 말과 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그. ‘기존 소설 문법에서 읽을 수 없는 독특한 세계관과 스타일로 무장했다’는 평이 과장은 아니다.
경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비채 펴냄 〈고백〉 〈야행관람차〉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자극적인 소재를 담담한 독백체로 서술하며 고백·속죄·용서라는 테마를 다뤄온 그가 이번엔 ‘모든 과거는 반드시 밝혀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보육시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여인의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