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티켓이 5분 만에 매진되면 그 가수의 인기는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구하기 힘든 콘서트 티켓은 매진되는 데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예매가 시작되는 순간, 예매 사이트 자체가 마비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은 3년 6개월이 넘도록 텔레비전 무대에서 본업인 가수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2009년, 부당한 계약에 항의하며 거대 연예 기획사를 빠져나와 JYJ라는 이름으로 독자적 활동을 시작한 기간 내내 그랬다.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으로 시작된 3년 4개월에 걸친 법정 다툼. 어느 방송사는 소송 중인 사람들을 텔레비전에 출연시킬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그 민사소송의 반대쪽 당사자인 연예기획사는 별 제약 없이 텔레비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상황은 충분히 정의로운 상황일까.

그런데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정의롭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진 뒤에도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 상황을 그다지 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삶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뭔가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 팬도 아닌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래봐야 나보다 부자일 텐데….

하지만 이런 특수 사례는 어떨까.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거에서 2등을 차지한 후보를 지지했던 어느 배우가 방송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곧이어 논란이 이어졌지만 결론 같은 건 아마 나지 않을 거고 결과가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이건 그냥 어느 배우의 방송 출연에 관한 그야말로 특수한 이야기일 뿐이니까.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또 다른 특수 사례 몇 가지를 보태본다. 방송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어딘가에서는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는 이슈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관련된 이야기,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해진 노동자 다섯 명의 죽음에 관한 소식, 그리고 아주 아주 구체적인 맥락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특수한’ 싸움의 현장들.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내가 어디선가 매우 부당한 일을 당해서 그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상황을. 그 문제를 가장 먼저 공론화시키게 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공공재가 그 일을 다루는 방식이, 그리고 그 과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과연 저 특수한 사례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뭔가 좀 다르기나 할까. 언제든 자리를 바꿔 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당신과 나라는 평범한 변수. 당신이 저 예외적인 사례들에 대해 갖는 태도가 바로 당신이 문제 제기를 하는 상황에서 내가 당신에 대해 취할 태도이기도 하다. 당신의 사례는 너무나 특수해서 좀처럼 내 관심을 끌지 못할 테니까.

JYJ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미친 듯 들락거린 이유

그런데 다행히도 나는 아직, 당신들이 당하는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그 불의에 대해, 그리고 그 사건을 묵인하는 언론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분노하곤 한다. 그래서 당신도 내가 당하게 될 특별한 불의에 대해 딱 그만큼은 분노해주리라 믿는다. 그게 바로 내가 팬도 아닌 주제에,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 마비된 예매 사이트를 미친 듯이 들락거린 이유이고, 종종 그 세 명의 가수와 팬들을 위해 짤막한 에세이나 소설을 써내는 이유다. 그리고 그것과 똑같은 이유로, 나는 종종 모종의 의무감을 갖고 당신들이 등장하는 ‘특수한’ 소설을 쓴다.

특별한 당신과 특수한 나는 그렇게 연대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자명 배명훈 (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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