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그림은 아이디 ‘그루터기추억’이 지난해 12월25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로지스틱곡선 의혹’을 대표하는 그림이다. 간단히 말해,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매끈한 곡선이어서, 실제 개표 결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의혹의 요지다. 개표 결과를 인공적 함수에 따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 2002년 대선 당시와 이번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의 가장 큰 차이는, 로지스틱곡선이라는 수학의 언어로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시사IN〉은 서울대 통계학과 장원철 교수와 통계 전문가인 박종혁 박사(고려대·산업공학)에게 검증을 의뢰했다. 두 사람이 보내온 답변을 정리하면 이렇다.

그래프가 너무 매끈하다? 그래프의 y축의 범위는 0부터 1600만으로 보이는데, 개표방송에서는 거의 1분당 수치를 업데이트했다. 1분에 증가하는 득표수가 가장 많을 때 10만이라고 보아도, 그 차이는 그래프에서 눈으로 감지할 수 없어서, 매끈한 곡선처럼 보이는 게 당연하다.

외국 사례와 너무 다르다?
‘그루터기추억’이 반례(反例)로 든 미국 자료의 경우, 미국 대선은 투표인단 수가 538명이고 한 주를 이기면 선거인단을 다 가져가는 방식이므로 당연히 요철 모양이 나온다. 두 번째 반례로 든 미네소타 주 상원의원 선거는 유권자 수가 훨씬 적고 업데이트 간격도 더 넓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역시 요철 모양이 나온다.

자연적으로는 로지스틱곡선 형태가 나올 수 없다? 로지스틱함수는 시간에 따라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하는 자료의 누적 추세를 나타내는 함수다. 개표 수 역시 시간에 따라 증가했다 감소하므로, 일부 개표 시작-전면 개표-일부만 남기고 개표 완료 순서로, 이상적으로 고루 분포된 개표의 경우 로지스틱함수를 따르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일반적인 선거는 여러 변수가 있어 로지스틱곡선을 벗어나지만(반례로 든 외국 사례들처럼), 이번 개표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고르고 빠르게 개표가 진행되었으므로, 전형적인 곡선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 설명이 무조건 진실이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학계의 검증이 끝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논란’이 있다고 말하기에는, 전문가 그룹 내의 책임 있는 반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시사IN〉은 학계에서 실명을 걸고 이 문제에 의혹이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줄 전문가를 찾았으나 지금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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