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풍자 프로그램 tvN 〈SNL 코리아 시즌3〉의 정치 풍자 코너인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의 인기가 〈시사IN〉 편집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좋았다. 젊은 기자들 중에서는 ‘올해의 정치인물’로 꼽기도 했다. 이런 성원에 힘입어 ‘올해의 루키’ 부문을 신설해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를 선정하기로 했다. 9월부터 방영된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는 케이블TV에서 방영된 후 인터넷에서 다시 유통되는데, 에피소드당 유튜브 조회수가 20만~3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구라돌이(이정희)’ ‘문제니(문재인)’ ‘엠비(이명박)’ ‘또(박근혜)’ 그리고 ‘안쳤어(안철수)’가 등장하는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는 BBC의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텔레토비’ 시리즈를 패러디했다. 캐릭터들이 반장선거를 놓고 다투는데 전임 반장 ‘엠비’는 레임덕을 얹고 다니며 눈치만 보고 ‘구라돌이’는 막말로 ‘또’를 멘붕(멘탈 붕괴)에 빠뜨린다. ‘문제니’는 단일화를 위해 ‘안쳤어’에게 끝없이 구애한다.
 


여의도 텔레토비의 독보적 위상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의 성공 비결은 거칠게 말하면 두 가지다. 하나는 현실 정치를 잘 풍자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풍자가 먹힐 만큼 현실정치가 코미디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더없이 좋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에는 본격 정치 풍자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는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확장된 데에는 몇 가지 맥락이 깔려 있다. 하나는 tvN과 종합편성채널들과의 역학관계다. 종편은 출범 이후 5060 세대의 충성도가 높아지자 이들의 보수적 정서를 대변하는 프로그램을 우후죽순 내놓았다. 출연진도 보수 논객 일색으로 꾸렸다. 이런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는 상대적으로 ‘시크하다(세련되고 도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편들이 5060 세대에 맞춘 뜨거운 시사 프로그램을 편성할 때 tvN은 2030 세대 정서에 맞춰 차가운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각 정당에 대한 태도도 차갑다. 욕설을 가장 많이 쓰는 ‘또(박근혜)’, ‘과격하고 무능한’ 민주통합당을 표상하는 ‘문제니(문재인)’, ‘과격한’ 통합진보당을 캐릭터화한 ‘구라돌이(이정희)’, 그리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안철수를 흉내 낸 ‘안쳤어(안철수)’까지 두루 비판적이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의 특징 중 하나는 패러디의 정점을 욕설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보통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말맛을 살려 비유적 표현을 쓰는 데 비해 이 프로그램에서는 욕설을 내뱉는다. 이것은 팟캐스트적 요소다. 〈나는 꼼수다〉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조선일보〉 기자를 향해 욕을 쏟아낼 때 청취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듯이, 어정쩡한 비유보다 직설적인 욕설에 시청자들이 더 흥분한다.

마지막 맥락은 검열이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가 문제작임을 인증해준 것은 바로 검열이었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후보로 출연한 출연자(또)가 가장 욕을 많이 하고 안철수 후보는 순하게 나오며 욕도 안 한다. 후보 간 풍자가 공정하지 않을 때 제재해야 한다”라고 주장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대선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거방송심의위)에 회부되어 조사를 받기도 했다. “문제없다”라는 결과를 통보받으며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는 그 신화를 완성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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