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지난 12월 초 터키로 여행을 떠난 대학생 한 명이 요즘 그야말로 ‘말’처럼 지낸다고 페이스북에 근황을 남겼다.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몸치로서의 피로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로테스크한 투정이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밝히는 순간 터키인들이 대뜸 말춤부터 춰달라고 했다는 사연이다.

장면 둘.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던 중년 여성 세 명이 가운데 여성의 휴대전화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 우리 딸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줬어, 재밌지?” 나머지 두 여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환호했다. 그녀들이 보던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였다.

〈시사IN〉 기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문화 부문 ‘올해의 인물’로 싸이를 추천했다. 각자가 경험한 싸이 광풍의 장면 하나하나가 그에게 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비록 12월19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 경쟁에서 막판 8명 안에 드는 데는 실패했지만, 〈시사IN〉 편집국 안에서만은 모든 분야를 통틀어 최고 득표수를 자랑했다는 심심한 위로를 그에게 전한다.
 

다들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이끌렸다. 싸이의 퍼포먼스에는 ‘강남’이란 장소가 주는 위화감도, ‘오빠’라는 말이 주는 왠지 모를 거부감도 희석시키는 특유의 열정이 있었다. 노홍철의 저질 댄스도, 하늘 높이 솟은 늘씬한 여성들의 둔부도 그래서 야하지 않았다.

싸이의 열정은 국경도 가뿐히 넘었다. 매개체는 유튜브였다. 조회수가 5억이 넘고 7억이 넘으면서 한국인들 입이 점점 벌어졌다. 그러다가 마침내 11월 말,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조회수 8억을 돌파했다. 역대 유튜브 영상 중 최고 조회수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업계 관련자들은 올해 안에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10억을 돌파하리라고 전망한다. 12월19일 기준 전 세계 인구는 약 70억6000만 명이다. 조회수 한 번을 인구 한 명으로 단순 계산하면, 전 세계 인구의 약 7분의 1이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로 보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도 무려 7주나 2위에 올랐으니, 그를 ‘월드 스타’로 부르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올해 안에 뮤직비디오 조회 10억 건 돌파

아주 잠깐, ‘빌보드’ ‘유튜브’ ‘아이튠즈’ 등 순위만 내세워 한국인들이 무리하게 ‘깔때기’를 대는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도 나왔다. 오래전 S.E.S의 일본 진출이, 얼마 전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은 앨범 판매량, 현지 음악 차트 순위 등을 근거로 이들의 진출이 성공적이라고 전했지만 아쉽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므로 제아무리 싸이가 미국 대통령 오바마를 만나고, 팝의 여왕 마돈나와 소름 끼치는 합동 공연을 펼쳤다 해도 정말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선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심은 유튜브 검색창에 ‘gangnam style parody(강남 스타일 패러디)’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치는 순간 불시에 사라진다. 만국기가 펄럭이듯, 다양한 대륙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말춤을 추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자명 허은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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