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시사IN〉은 종합편성채널(종편) 3사 사령탑을 인터뷰했다. 주철환 당시 JTBC 편성본부장은 정우성·한지민 주연의 〈빠담빠담〉, 김혜자씨가 출연하는 〈청담동 살아요〉, 채시라 주연의 〈인수대비〉에 기대감을 보였다. 윤석암 당시 TV조선 편성실장은 시사 프로그램에 승부를 걸고,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드라마로 채널 이미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100억원짜리 드라마’ 〈한반도〉를 예로 들었다. 이영돈 채널A 제작본부장은 “50부작 대하드라마 〈인간 박정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말은 ‘허언’이 되었다. 채널A의 〈인간 박정희〉는 아예 제작조차 되지 못했고, 톱스타를 내세운 다른 드라마들도 2%가 안 되는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한반도〉는 조기 종영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종편 출범 1년. 시청률은 초라하다. 시청률 조사 회사 TNmS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12월부터 지난 11월까지 월평균 시청률은 MBN 0.489%, 채널A 0.417%, JTBC 0.39%, TV조선 0.303%였다. 11월 들어 ‘대선 특수’ 때문에 종편 4사의 월별 시청률이 대략 0.502~0.778%로 상승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다른 시청률 조사 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서는 이보다 0.1~0.2%포인트 높게 나오는 수준이다. 민주통합당 윤관석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종편 4개 사업자의 출범 이후 월평균 시청률이 0.45%에 불과하다. 전체 가구수가 약 1800만 가구라고 할 때 겨우 7만9000가구 정도만 시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편 4사 덤핑광고율 518%

시청률이 이렇게 낮게 나오다보니 방송 광고 시장에서의 평가도 박할 수밖에 없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이 정도 시청률로는 광고 매체로 인정받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현재 종편 4사는 ‘영업기밀’이라며 광고 수주와 관련한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 하지만 종편 ‘덤핑 광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있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 광고 자료다. 지난해 12월 종편이 개국한 이래 종편 4사는 정부 광고를 36억3000만원가량 수주했다. 종편 4사는 광고를 수주하고 나서 ‘보너스 광고’를 많이 했는데, 종편 4사의 평균 덤핑광고율이 518%에 달했다. 단순하게 말하면 광고비로 100만원을 받고서 518만원어치 방송 광고를 더 내보냈다는 뜻이다. 채널A는 이 보너스율이 905%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지상파인 KBS2와 MBC의 보너스율이 각각 40%, 33.7%인 것과는 차이가 크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지금 종편 프로그램의 광고 단가표는 의미가 없다. 케이블TV 출범 초기에 보너스율이 1000~2000%가 대부분이었던 것처럼 허수가 많다. 광고주들은 ‘효과가 없다’는 쪽과 ‘보너스율이 높으니까 여러 번 노출할 수 있어 효과가 있다’는 쪽, 그렇게 반반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종편 광고 시장은 나아지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텔레비전 광고 시장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종편 4사가 ‘그들만의 리그’로 제로섬 게임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헤쳐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두 개 살아남을까. TV조선을 제외한 광고본부장이 모두 교체되었다. 저조한 광고 수주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종편 초기에 다른 케이블 채널에서 종편으로 이직했던 광고 실무자 중에 다시 돌아간 경우도 꽤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은 종편들의 변화가 나타난 분기점이다. 배대식 독립제작사협회 기획팀장에 따르면, 종편 4사가 올해 3~4월부터 편성 방향을 확 바꾸었다. 출범 전만 해도 외주 제작 프로그램이 상당량 늘리라 기대했는데, 시청률이 저조하자 그 시기부터 외주 제작을 줄이고 재방송 비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3월 130여 개 외주 제작사들로 구성된 독립제작사협회는 조기 종영과 제작비 삭감 등 종편의 횡포를 고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종편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종편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 언론학자는 “우선 시청률이 너무 낮아 종편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연구 결과가 종편 사업자에게 좋지 않게 나올 게 뻔하기 때문에 연구비 지원이 잘 안 된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학술적 논의가 드문 상황에서 지난 6월에 발표한 김미라 교수(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의 논문은 흥미롭다. 정부 여당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을 허가하면서 ‘미디어 시장의 자본력을 확충하고, 경쟁을 확대해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프로그램 다양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실제로 프로그램 편성에서 이런 목표가 어느 정도 구현됐는지 분석한 논문이다.


“저질 저널리즘 퍼져나갈 가능성 짙다”

김 교수는 2월과 3월 종편 4사의 프로그램 편성을 조사했다. 시청자의 선택권이 확대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재방 비율을 조사했다. 종편 4사의 평균 재방 비율은 50.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지상파 SBS의 재방 비율이 13.7%였던 것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재방 비율이 높다는 것은 시청자의 선택권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뜻이다(종편 4사의 재방 비율은 2012년 10월 방통위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종편 4사의 재방 비율은 51.65%에 달했다). 또 김 교수는 광고매출이 줄면서 종편 4사가 3월부터 제작비 감축에 들어갔는데, 비교적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 비중이 증가하고, 제작비 투입이 많은 드라마와 시트콤 등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신규 제작 프로그램이 줄어들면 재방송 비율이 더 높아지고 제작비 감축으로 인해 외주 제작 또한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시청자의 선택권과 방송 콘텐츠 시장이 위협받는 상황이 초래되리라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PD저널〉이 11월12~18일 종편 4사의 편성표를 분석한 결과, 보도 프로그램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MBN은 50%를 보도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드라마 편성은 하지 않아 사실상 ‘보도채널화’했다. 보도·교양·드라마·오락 프로그램 등을 균형 있게 편성한다는 ‘종합편성’ 채널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TV조선은 49.41%, 채널A는 41.01%, JTBC는 26.14%였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광고학)는 “MBN은 보도 전문 채널로 가고 있고, 대선 특수로 시청률이 높아졌다. TV조선도 〈한반도〉가 실패하고 나서 뉴스 전문 채널처럼 되었다. JTBC가 종합편성에 가깝고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선전하고는 있는데 아직 킬러 콘텐츠 수준은 아니다. 방통위가 종편을 허가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육성하고 2만1000명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정책 목표가 실패했다”라고 평가했다.

 

 

 

 

종편이 ‘저비용 고효율’인 보도 프로그램 비중을 늘리는 것은 단순한 편성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종편으로서는 ‘대선 특수’로 단기간에 시청률을 올릴 수 있지만, 보수 일색의 여론 독과점 현상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관련 보도에서 종편은 ‘보수 본색’을 노골화하고 있다(64~65쪽 관련 기사 참조).


시민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종편 1주년을 맞아 이 같은 우려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시청률 자체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최근 종편 4사의 메인 뉴스 시청률을 합하면 수도권에서 4~5%에 이른다. 종편은 지상파 뉴스 형식에서 벗어나 뉴스를 오락성 강한 쇼처럼 만든다. 심의기구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를 받는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종편의 저질 저널리즘은 시간이 지날수록 방송계 전반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종편을 그대로 놔두면 시장 논리에 따라 정리되겠지 하는 생각은 안일하다. 온갖 특혜를 받으며 출범했고, 생존경쟁이 격화될수록 종편들의 특혜 요구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관석 의원실이 상장공시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2012년 6월 반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종편 4사는 상당한 적자를 보았다. 종편의 손실액은 JTBC가 825억원, 채널A가 191억원, MBN이 181억원이다(TV조선은 확인 불가). 상반기에만 총 1200억원 누적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매년 6, 7월에 각 방송사업자의 재산을 공개하는데, 정확한 손익계산서는 2013년 6, 7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종편사 관계자는 “지금 종편 시청률 추세를 보면 케이블 채널인 tvN이 적어도 3년은 걸려 이룬 수치다. 지상파와 비교해 평가하는 것은 왜곡이고, 종편의 성과를 1년 만에 평가하는 건 이르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도 종편 정책의 성과에 대해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전임 최시중 위원장이 종편의 생산 유발 효과가 2조9000억원, 취업 유발 효과가 2만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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