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주간지’가 18대 대선을 앞두고 색다른 지면을 꾸린다. 박근혜·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를 가장 가까이서 취재하는 〈시사IN〉 대선TF 팀원들이 모여 대선 현장을 누비며 보고 듣고 느낀 뒷담화를 적나라하게 풀어놓기로 한 것.
눈앞에 다가온 대선 현장의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한 순간까지도 독자에게 전달해 그날의 선택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취지다. 이 대선 방담은 12월19일까지 매주 연재한다.
각 후보를 좀 더 솔직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위해’ 방담은 익명으로 전한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스토리는 이렇게 다섯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의 단일화라는 드라마도 꼬박 한 달에 걸쳐 서사를 완성했다. 11월6일 백범김구기념관 단독 회동으로 시작해 12월6일 달개비 단독 회동으로 마무리된 두 사람의 결합은 다시 18대 대선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올랐다. 와중에 텔레비전 토론으로 존재감을 드러내 돌발변수로 급상승한 이정희 후보와 동교동계 일부까지 아울러 세 굳히기에 들어간 박근혜 후보까지, 대선 전체판 또한 후끈 달아올랐다. 12월6일 저녁 대선취재팀이 모였다.  

 

짜장면(짜):또 달개비(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가 문재인 후보와 다시 만났을 때도 달개비에서였는데, 이번에도 거기서 만났다. 단일화 국면 최대 수혜자다.

짬뽕(짬):두 사람은 25번 방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 방을 상견례 장소로 추천한다. ‘단일화방’이라는 콘셉트로 홍보하면 잘될 거 같다.

누룽지탕(누):그럼 결혼 결렬 위기를 적어도 한 번 이상 겪을 텐데(웃음). 

볶음밥(볶):정말 단일화 과정을 보면 연애 풀스토리다. 여성지에 기고할 만한 내용이다. 구애하고 토라지고 만나고 다투고 다시 손을 부여잡고….

:12월3일 진심캠프 해단식 때 안철수 연설을 보면서 문 캠프는 ‘멘붕’이었다고 한다. 화끈하게는 아니더라도 지지 의사를 확실히 밝힐 줄 알았는데 되레 새누리당과 함께 묶여 혼나버렸으니. 연설 10분 동안 문재인 이름은 딱 한 번 나왔다. 그것도 사퇴 기자회견을 인용하면서 지지를 당부할 때였다.

:그 장면을 보던 문 캠프 기자들도 ‘헉’하고 있는데, 문 캠프 우상호 공보단장만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웃음). 안철수의 지지에 감사한다면서. 이튿날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기대 이상의 발언이라는 평도 했다. 하지만 문 캠프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2월3일 문재인의 저녁 일정은 서울 광화문이었다. 겨우 일주일 전에 똑같은 장소에서 유세를 했다. 그럼에도 안철수의 결합을 내심 바라며 또 광화문을 잡은 듯하다. 광화문 유세 두 번이나 한 것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틀 후 12월5일에도 문재인 일정이 대학 중심이었다. 안철수에게 ‘네가 좋아하는 대학 준비해놨어, 만나자’ 이런 느낌(웃음). 그래도 안철수는 안 나타났다. 이건 마치 이벤트 준비했는데 애인이 나타나지 않아 혼자 예약해놓은 뮤지컬 보고 레스토랑에서 밥 먹는 모습 같다.

:안철수는 ‘안, 문 곧 도울 듯’과 같은 전망 기사를 민주당발 언론플레이라 여기며 불쾌해했다고 한다. 12월5일 집 앞까지 찾아온 것도 그렇게 봤다고 하고. 민주당이 급하니까 자기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거다. 

:나도 문재인이 안철수를 찾아간 걸 공개한 게 무례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민주당발은 아니고, 한 방송 기자가 안철수가 사는 주상복합 아파트 출입구 키를 가지고 있어서 안에서 기다리다 문재인이 들어온 걸 본 거라고 한다. 주민발견설도 나오긴 하는데, 아무튼 민주당에서 퍼뜨린 건 아닌 듯하다.

:해프닝이긴 한데, 그 정도 조율도 안 하고 찾아갔다는 것도 좀 민망하다. 해단식 이후부터 안철수가 나와주기만 바라는 문 캠프도 답답하고. 안철수 말곤 다른 전략이 없나 싶다.

기스면(기):던지는 메시지도 의아한 적이 있었다. 12월3일 광화문 유세에서 문재인은 “참여정부의 가장 큰 실패는 이명박 정부를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 화면을 본 안철수 캠프의 한 관계자는 “그런 말 할 거면 안철수에게 양보했어야지”라고 반문했다. 정권교체를 강조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실패한 메시지다.

:정치인은 노무현이 데뷔시켰고, 단일 후보는 안철수가 만들어줬고, 텔레비전 토론은 이정희가 대신 해줬다.

이정희, 논개의 정신으로…

:텔레비전 토론을 본 한 문 캠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후보는 연애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전형적인 삼각관계인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넋 놓고 있는 느낌이다.” 두 여자가 각을 세우는 그림에서 끼어들긴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문재인의 고질적인 문제인 ‘존재감 없음’이 다시 드러났다.

:관전평 중에서 ‘이정희는 싸가지 없음, 박근혜는 생각 없음, 문재인은 없음’ 이란 것도 있었다(웃음).

:한 기자는 ‘사람이 먼저다’ 패러디해서, ‘두 사람이 먼저다’라고 일갈하더라.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문재인 지지율은 역동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초창기에 특전사와 〈운명〉으로 잠깐 지지율이 확 뛰고, 그 외에는 지금까지 지지율 그래프가 꾸준하다고. 이 추세면 내년 크리스마스쯤 되면 100% 찍을 것 같다(웃음). 그래도 ‘이정희 효과’ 덕분에 침체된 야권이 역동성을 얻었다. 혈이 막혀 있었는데 외부 펀치로 뻥 뚫린 셈이다. 다카키 마사오와 전두환이 준 6억원 관련해선 SNS 데이터가 완전 폭발한다. 

:이정희는 논개의 정신으로 논객이 되었다. 박근혜와 함께 떨어지겠다는 자세로(웃음). 치열했던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도 건드리지 않았던 ‘다카키 마사오’가 공중파를 타고 전국에 울려 퍼졌다. 남은 두 번의 공식 대선 토론회에 박근혜가 안 나온다고 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토론회에 불참하면 4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된다.

:문재인·안철수가 3자 토론 하자고 제안했을 때, 박근혜는 단일화를 하고 오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단일화하고 나니 시간이 없다고 하고, 이번에는 이정희가 토론 테이블에 같이 앉는 건 문제라고 한다. 결국 토론하기 싫다는 뜻으로밖에 안 들린다.

:셋이 싫다기에 둘이 하자고 했고, 둘도 싫다고 해서 혼자 했다. 그런데도 단독 토론에서 ‘박근혜가 박근혜에게 당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근혜는 라이브에 던져놓으면 실수한다. 이번에도 ‘김석기·이재연’이라고 성을 바꿔 불렀다. 또 야권 단일화 합의문에 한·미 동맹 파기, 주한미군 철수가 들어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걸 현장에서 치고 들어가서 바로잡지 못한 문재인도 문제지만.

:11월30일 부산 유세에서도 박근혜는 문재인을 두 차례나 ‘민재인’이라고 불렀다. 그것도 현장을 따라다녀야 알 수 있다. 다른 캠프와 달리 박 캠프는 현장 유세 전문이 오지 않는다. 요약본만 온다. 그것만 보면 후보의 궤변이나 논리 부족은 느껴지지 않는다.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듣고 기록해야 한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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