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시절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수억원대 돈을 받은 혐의가 경찰 수사결과 드러나자, 대검은 급히 특임검사를 임명해 김광준 검사를 전격 구속했다. 검찰 간부의 비리 수사를 경찰 손에 맡길 수는 없다는 결기가 읽힌다. 김수창 특임검사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출신으로, 한때 조희팔 사건을 수사 지휘했다는 점에서 적임자로 꼽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교롭게 김광준 부장검사도 그때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로 재직했다. 이미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2억4000여만 원의 돈을 받은 김광준 차장이 서부지청에서 수행하던 조희팔 사건의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점에서 그의 상급자였던 김 특임검사의 처지도 마냥 홀가분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김수창 특임검사는 경찰이 쥔 김광준 부장검사의 여죄를 캐는 한편, 조희팔에 대한 경찰 간부의 비호와 유착 혐의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대상으로 〈시사IN〉이 올해 1월9일 단독 보도한 대구지방경찰청 권혁우 총경(당시 수사과장)의 ‘조희팔 검은 돈 9억원 수수 사건 파일’(제226호 참조)을 다시 꺼내들었다. 대구지검은 이 사건을 내사하다가 조희팔이 중국에 있다는 이유로 송환될 때까지 ‘참고인 중지’ 처분을 해둔 상태였다. 경찰은 〈시사IN〉의 고발보도가 나온 직후 권 총경을 보직 해임했고, 이후 경찰에서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권 총경에 대한 본격 수사 카드를 검찰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5월16일 ‘조희팔은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찰의 사망 발표대로라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조희팔의 ‘유령’이 검·경 수사권 갈등과 맞물려 양 기관을 강타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시사IN〉이 최근 3개월 동안 취재한 바에 따르면 조희팔은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경 모두 수사 허점 드러내

조희팔이 살아 있다는 증언은 여러 곳에서 나온다. 먼저 대구 지역 한 조직폭력배 출신 인사가 최근 〈시사IN〉에 찾아와 조희팔의 생존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김광준 부장검사에게 2억4000만원을 건넨 조희팔 다단계 사기 조직의 2인자 강태용씨의 지인 최 아무개씨다. 최씨는 기자에게 “조희팔은 현재 중국에 살아 있다. 중국 조선족 조폭 조직이 조희팔을 보호하고 있다. 요즘도 수시로 그들과 조희팔의 근황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는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해 9월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중국 현지에서 조선족 조폭을 고용해 40억원대 ‘배달 사고’ 문제를 해결해준 인연으로 아직까지 조희팔 측과 연락하고 지낸다고 밝혔다. 최씨에 관한 별도의 검증을 거친 결과 그가 지난해 중국에서 조희팔 일당의 자금문제와 관련해 해결사 구실을 맡은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조희팔의 생존을 주장하는 증언은 중국 공안(경찰)에서도 나왔다. 지난 3개월 동안 〈시사IN〉과 공조해 조희팔 사건 탐사 취재를 벌여온 KBS 〈시사기획 창〉 취재진은 최근 중국 공안 관계자로부터 조희팔이 살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녹화했다. 〈시사기획 창〉의 한 관계자는 “중국 옌타이 시 공안 수사대장으로부터 현재 조희팔이 중국에 살아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그 공안 인사는 지난 2월8일 옌타이 시의 조희팔 은신처에서 함께 수배 중이던 부하 강호영과 최천식을 체포한 양명지 수사대장이다. 그는 “조희팔의 두 부하를 체포하던 현장에 주범 조희팔도 있었지만 상부에서 부하 두 사람만 잡아들이라는 지시가 내려와 조희팔은 체포하지 않았다”라고 제작진에게 말했다고 한다. 또 지금이라도 지시가 있으면 “조희팔과 강태용을 일주일 안에 잡아들여 칭다오에 있는 한국 영사관을 통해 송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KBS 〈시사기획 창〉은 이 모든 내용을 11월20일(화) 밤 10시에 방영한다.

 

올 2월8일은 경찰이 조희팔 사망 시점이라고 발표한 2011년 12월19일로부터 2개월 가까이 지난 뒤다. 따라서 중국 옌타이 공안 수사대장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조희팔의 생존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라 할 만하다. 또 한국 경찰이 조희팔 일당의 위장 사망 작전에 말려들었을 가능성을 한층 높여준다.

경찰은 검찰이 중국 공안과의 공조로 체포한 강호영과 최천식이 국내 송환되기 전날(5월16일) 서둘러 조희팔 사망을 공개 발표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자초했다. 게다가 앞서 양명지 수사대장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지난 2월 옌타이 시 공안과 공조 수사를 벌인 검찰도 ‘중국 상부의 지시’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현장의 조희팔을 놓쳤다는 점에서 ‘한·중 수사 공조 실패’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배경 속에서 검찰과 경찰 간부를 상대로 한 조희팔 측의 거액 로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조희팔을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중국에 밀항한 후에도 틈만 나면 “현 정권은 나를 절대 못 잡아들인다”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다단계 사기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그가 권력 실세와 수사 기관에 거미줄처럼 로비망을 형성해두었다는 자신감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셈이다. 현재 400억원대로 추정되는 조희팔 비자금의 차명 계좌는 검찰이 확보하고 있다. 경찰도 조희팔 은닉자금 수사 과정에서 계좌추적을 통해 다양한 정·관계 인사들에게 조희팔 로비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검찰과 경찰은 두 조직 간부 중 누가 더 많이 조희팔과 유착하고 비호했는지를 따지느라 힘을 뺄 게 아니라, ‘조희팔 게이트’의 실체를 확실하게 드러내기 위한 전면적인 수사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단추는 중국에 생존해 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는 조희팔의 생존 확인과 신병 확보다. 당장이라도 중국 공안과의 공조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기자명 정희상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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