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아래는 유력 대선주자의 발언이다. 누가 언제 한 말일까.

“유권자들이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고 계시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정당 개혁도 하고 정권교체도 해야죠. 무조건 정권교체만 해야 한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에요.”

정권교체와 정치교체가 같이 가야 한다는 안철수 후보의 말처럼 들리지만, 아니다. 2002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서 ‘새 정치’의 기수로 떠오르던 박근혜 후보의 말이다. 이후 박 후보는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해 ‘새 정치’ 실험에 나섰다가 쓴잔을 마신 후 한나라당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이건 누구의 말일까.

“민주당 쪽에서 혁신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통합을 포기하겠다.”

민주당을 상대로 혁신을 압박하는 말이니, 이번에야말로 안철수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다. 역시 틀렸다. 지난해 12월, 아직 민주당원이 아니던 문재인 후보가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 시절에 한 말이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 밖 새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안철수 후보가 2002년의 박근혜, 2011년의 문재인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은 아니다. 안 후보의 지지 기반은 당시의 둘보다 넓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질적으로 다른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쨌든, ‘새 정치’란 역설적이게도 아주 오래된 깃발이다. ‘새 정치’의 이름으로 나열되는 말은 알고 보면 생각만큼 새롭지 않다. 기본 틀도 10년 전부터 얼추 정해져 있다. 물론 ‘새 정치’의 선배였던 박근혜·문재인 후보는 자신들이 ‘옛 정치’를 공략하던 논리를 그대로 되돌려 받고 있으니 별 억울할 일은 아닐 테다. 2012년에 듣기에는 황당한 얘기지만, 2002년의 박근혜는 국민 참여 경선의 신봉자였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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