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돈 받은 검찰 특수부장
  • 정희상 전문기자
  • 호수 269
  • 승인 2012.11.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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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준 검사가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조희팔 측과 유진그룹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MB 정권 검찰의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검찰 개혁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직 검찰 간부가 희대의 다단계 사기범으로 불리는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수억원대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현재 서울 고검에 재직 중인 김광준 부장검사(46)다. 조희팔의 다단계 사기 은닉 재산을 추적해온 경찰청 지능수사대는 11월8일 김 부장검사가 2008년 조희팔의 측근 강태용(자금책·중국 도피 중)으로부터 2억4000여만원을 차명계좌를 통해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부장검사가 이 차명계좌에서 돈을 빼내는 장면이 담긴 은행 폐회로 텔레비전(CCTV) 화면과 그 시간대에 거래한 계좌 내역을 확보했다고 한다.

김광준 부장검사가 조희팔 측으로부터 수상한 돈을 받은 혐의가 있는 2008년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시점이다. 조희팔은 당시 피해자들의 진정으로 4조원대 다단계 사기 행각이 들통 나자 수사 무마와 안전한 해외 도피를 위해 정권 실세와 검·경 수사기관을 상대로 로비에 안간힘을 쓰던 시점이었다.

 

경찰이 계좌 추적으로 밝혀낸 김광준 부장검사의  금품 수수 혐의는 비단 조희팔 일당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바로 그 차명계좌를 이용해 유진그룹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수상한 돈 6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유진그룹이 가전 유통업체인 하이마트 인수전에 뛰어든 시점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유진그룹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에게 건너간 6억원에 대해 “그룹 회장의 동생이 평소 알고 지내온 김 검사에게 전세자금 명목으로 빌려준 돈이다”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김광준 부장검사는 “가정 사정 때문에 친구와 후배에게 돈을 빌렸을 뿐, 대가성은 없었다”라고 공식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는 이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돈을 한 푼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직접 김 부장검사의 설명을 듣기 위해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검찰 간부가 조희팔 같은 다단계 업체 대표나 기업체와 차명계좌를 통해 수억원대의 수상한 돈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자 검찰은 크게 당황한 기색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경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검찰 특수부는 문 닫아야 할 판이다”라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는 고도의 경제 사범과 청와대 하명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최열 재기 불능으로 만들겠다”던 검사

TK(대구·경북) 출신인 김 부장검사는 MB 정권 초기 특수3부장에 발탁돼 정치적 사건을 정권의 구미에 맡게 처리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대표 사례가 환경재단 최열 대표 기소 사건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특수부에 하명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을 맡은 김 부장검사는 “최열 대표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20~30개 본인 계좌를 통해 정부와 기업체로부터 수억원의 후원금을 받아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라고 공표한 뒤 수사를 진행했다.

그는 수사 도중 일부 기자에게 “최열이는 반드시 내 손으로 구속시켜 재기 불능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경찰 발표로 보면, 바로 그 시점에 정작 본인은 희대의 다단계 사기범과 기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돈을 수수한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 개혁을 주창해온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기 사람 챙기기로 일관한 MB 정권 검찰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며, 이번 기회에 검찰 개혁의 고삐를 바싹 당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찰은 조만간 김 부장검사를 소환해 차명으로 수수한 수억원의 대가성을 가리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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