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정연주 전 KBS 사장·한상률 전 국세청장·〈PD 수첩〉·미네르바·민간인 사찰 의혹·청목회 입법로비 수사 등….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지난 10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하태훈)는 ‘이명박 정부 4년 검찰 보고서’를 통해 “검찰은 이명박 정부의 안전과 안위를 책임지며 어떠한 비판과 비난으로부터도 조직을 지켜내는 수호자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정부 4년 검찰의 현주소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은 ‘MB 검찰’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곡동 사건만큼 검찰의 정치색을 극명하게 보여준 예도 드물다. 내곡동 땅 매입 의혹에 대해 검찰은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았다. 시형씨 등 핵심 당사자들은 이메일 한 통 받은 것으로 수사를 끝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 있었지만 눈을 감았다. 검찰은 수사의 첫걸음인 통화 내역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검찰이 8개월 넘게 미적대는 사이에 수사할 시간을 놓쳐버렸다. 통신사는 통화 내역을 통상 1년까지만 보존한다. 한 전직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내곡동 사저 수사는 파출소 순경한테도 욕먹을 만한 수사다”라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는 “수사를 하는데 통화 내역 조회를 안 했을 리가 없다. 내역을 감추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의심했다.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검찰 수뇌부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지난 10월8일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내곡동 사저 의혹 관련자를 기소하지 않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 일가가 직접 수혜자로 규정되는 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말의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이 청와대의 불법 행위를 정치적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 현직 검사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사라진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특검이 검찰과 다른 결론을 내놓을 경우 이는 대선과 맞물려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권재진·한상대·최교일·송찬엽·백방준 등 내곡동 사저 수사 당시 MB 변호사 노릇을 했다고 비난받은 검찰 수뇌부가 오히려 검찰 개혁의 기수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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