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주간지’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색다른 지면을 꾸린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를 가장 가까이서 취재하는 〈시사IN〉 대선TF 팀이 모여  대선 현장을 누비며 보고 듣고 느낀 뒷담화를 적나라하게 풀어놓기로 한 것.

70일가량 남은 대선 현장의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한 순간까지도 독자에게 전달해 그날의 선택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취지다. 이 대선 방담은 12월19일까지 매주 연재된다.

각 후보를 좀 더 솔직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위해’ 방담은 익명으로 전한다. 


첫 이야기는 안철수 후보로 시작됐다. 대선 출마부터 추선 연휴를 전후한 검증공세에 이르기까지, 최근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기 때문이다. 안철수·박근혜의 닮은꼴 비교와 문재인의 ‘남자 마케팅’에 대한 호오까지 깨알 같은 뒷담화가 이어졌다. 각 캠프가 오프를 건 사안은 아쉽지만 여기서도 오프다. 첫 방담은 10월4일 저녁 〈시사IN〉 편집국에서 이뤄졌다.


너구리(이하 너):안철수 후보는 현장에서 연예인이다. 전남 목포 평화공원, 순천 자연생태공원에서는 사람들이 악수를 하려고 양쪽으로 몇 미터씩 도열해 있었다. 마크맨(담당기자)들이 ‘게릴라 데이트(KBS 〈연예가중계〉의 한 코너로 연예인이 야외에 나와 걸으며 리포터와 인터뷰하는 형식)’ 아니냐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컵라면(이하 컵):젊은 애들은 안철수 후보 나타나면 다들 “대~박” 이렇게 외친다(웃음). 몸도 만지고 머리카락도 뽑아가고.

:교과서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인지도가 높다보니 그렇다. 문재인 후보의 광주 방문을 동행했던 한 기자에 따르면, 당시 문 후보도 안 후보만큼 현장에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애들 사이에서는 “누구야, 할아버지 연예인이야?”라는 말이 나왔다더라.

꼬꼬면(이하 꼬):호남이 이렇게 집중받은 적이 없었다. 1990년대 이후로 처음으로 스윙(swing·부동층) 지위를 얻었다. 중요한 변곡점이다.

신라면(이하 신):맞다. 호남이 부동층의 맛을 제대로 보고 있다. 이번 추석 때 호남이 고향인 형 둘이서 문재인·안철수로 나뉘어 밤늦게까지 설전을 하더라. 이제까지는 출석체크 개념의 선거였는데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안 후보도 2박3일 동안 호남을 도는 거다. 문 후보는 부산에 일주일 새 두 번이나 갔다. 부산에서 수치가 올라와야 이길 사람 뽑겠다는 호남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서진전략이고 안 후보는 반면 호남에서 더 격차를 벌려서 부산에서 인정받겠다는 동진전략을 벌이고 있다.

:양쪽 신경전이 치열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 출입하는 안철수 마크맨에게 (당비로 산) 컵라면 가져가지 말라는 농담까지 했다더라.

:문 캠프에서는 문 후보가 주요 일정 잡을 때마다 안 후보가 김을 뺀다며 손가락 꼽고 있다.

:‘진심’ ‘진정성’이라는 말이 너무 인플레 되어 있지만, 안 후보가 출마선언에서 “사람의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증명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할 때는 좀 마음이 흔들렸다. 


안철수 캠프는 왜 기자들 질문 막나

:안철수가 기성 정치인처럼 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정치 현안에 대한 학습 능력과 리더십 면모를 보여줄 필요는 있다. 

:이공계 천재 느낌인 안 후보가 어떻게 ‘정치’를 할지는 감이 잘 안 온다.

:안철수가 군 생활은 고문이고 공백기라고 얘기한 대목을 보면서, 본인이 ‘고문관’은 아니었나 생각했다. 천재들은 자기 세계에 빠져 있어서 단체 생활 힘드니까. ‘고문’이라는 단어에 트라우마가 있지만 인이 박여서 무의식중에 튀어나오지 않았을지(웃음). 

 

 

 

 

:합리성은 높은데 커뮤니케이션 예측 가능성은 낮다. 천성산 문제나 4대강 문제가 있으면, 데이터 뽑아서 공학 프로세스로 풀 것 같다.

:이공계 사람들은 대개 디테일주의자이고 추상적인 표현을 안 하는데 안철수는 한다. 막연한 총론 이야기가 〈안철수의 생각〉에 곧잘 나온다. CEO를 하면서나 교수를 하면서 보완된 게 아닐까.

:그런데 안 캠프는 왜 자꾸 기자들 질문을 잘라먹나?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점차 높아지다 결국 ‘언론통제’ 한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광주에서 기자들이 내곡동 사저 특검법·야권 단일화 관련 질문을 했더니 캠프 공보팀이 “이렇게 갑자기 질문하면 안 되죠”라며 말을 잘랐다. 평상시에도 기자들이 뭐 물어보려고 하면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며 질문 자체를 못하게 했는데 그게 터져버린 거다. 철저히 검증받겠다면서 질문조차 막으면 어떻게 하나.

:세팅된 팀이 움직이는 게 아니다 보니 산발적이다. 그리고 실제로 박근혜가 인혁당 사과 후 질문 받지 않고 비행기를 타러 간 것과 안철수가 다운계약서 사과 후 질문 받지 않고 떠난 건 며칠 차이 나지 않는다.

공기밥(이하 공):박근혜·안철수 대선 출마선언할 때 둘 다 취재 갔는데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참모를 만나보면, 박 캠프랑 안 캠프랑 비슷한 면이 있다. 박근혜 대변인 ‘격’으로 유명한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 ‘뒷담화’ 절대 안 한다. 안철수 후보의 유민영 대변인에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기자들이 후보 관련 지적을 하면 ‘여러분들이 후보를 잘 몰라서 그래요’ 이런 식이다. 친노만 해도 문 후보 뒷담화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게 없더라. 

:문 후보는 일정 끝나고 작은 자리라도 기자간담회를 만든다.

:지지율 추세만 보면 문 후보가 조금씩 올라간다. 더뎌도 탄탄해지는 느낌이다. ‘묵묵히 견디는’ 느낌이 의도하지 않게 문재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캠프 내 참모들도 비슷하게 얌전하다. 그래서 문재인 팀은 정무기획이 약하다는 평도 나온다. 


문재인은 군복 좀 그만 입었으면

:그래도 군복은 좀 그만 입었으면 좋겠다. 너무 똑같다. 군복 입고 배식 하고. 너무 남자 콘셉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그 남자 문재인〉이라는 책 제목까지 나왔다. 웃기다.

:난 괜찮던데. 이명박 코 조준 사진보다 문재인 특전사 사진 보면 확 대비 된다.

:정치적 올바름을 떠나서, 문재인은 지금보다 남성성을 톤 업(tone up·높이다)하는 게 더 유리할 거 같다. 아직도 박 후보가 여자라서 싫다는 보수층 표가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이재오처럼 “애도 안 낳아 본 사람”이라는 식은 안 먹힌다. 문재인은 자녀가 2명, 그야말로 4인 보통가족에 속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값 잡아야 한다는 말을 아들 집 사줄 돈이 없다는 수사로 풀었던 것처럼, 정면으로 말고 잠재된 코드로 접근해야 한다.

:문재인은 노무현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인 지역 균형 발전을 파고들어야 한다. 세종시 등은 노무현이 차린 밥상인데 왜 그걸 문재인이 못 먹을까. 오히려 충청도에서는 박근혜 지지율이 높다.

:그 부분에서 박 후보의 역할은 인정해야한다. 박은 세종시 관련해서 두 번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한 번은 MB와 싸웠고, 또 한 번은 2005년 합의해주면서 박세일과 같은 당내 수도권 세력과 맞섰다. 세종시를 누가 해줬냐고 따지면 노무현이긴 한데, 인상을 남긴 건 박근혜다.

:유승민 의원이 박근혜 빼고 다 사퇴하라고 했다. 사실상 친위 쿠데타다. 바꿔도 문제고 안 바꿔도 문제, 진퇴양난이다. 

:사실 박 캠프는 전략도 좋고 실무진이 실수한 건 별로 없다. 오히려 후보가 ‘두 개의 판결’ 이야기하면서 위기 불러온 거고. 그렇다고 후보를 바꾸라고 할 수 없으니(웃음).

:주변에서 사고만 치면 잘라대니 시사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더 잘리면 박 캠프에 섭외할 사람 없어 안 된다’고 걱정한다. 취임한 날 기자들에게 막말했다 잘린 김재원 대변인은 막말보다 “박근혜 후보가 정치를 하는 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 “예수를 배반한 베드로”라고 말한 게 ‘진실유포죄’에 걸렸다는 얘기도 있다(웃음).

:하지만 나는 박근혜가 과거사·역사관 문제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분석엔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엘리트 감성이다. 박 후보에게는 왕가에서 태어나 부모를 모두 총알에 잃었다는 피해자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이번 인혁당 사건에서 가해자 모습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박 후보의 피해자 이미지가 증발해 손해를 본 거다.

:그 시대를 같이 산 사람들에게는 정말 불쌍하다는 정서가 있다. 이정현 의원이 기자들이랑 밥 먹는 자리에서 ‘지만이가 얼마나 대를 어렵게 이었는데… 이 말까지 안 한 건 정말 사람들 울릴까봐’라고 말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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