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정말로 몰랐을까?
  • 변진경 기자
  • 호수 265
  • 승인 2012.10.1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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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는 국내에서 1997년 출시된 이후 2010년까지 20여 개 회사 제품이 연간 60만개씩 팔려나갔다.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거나 국내 SK케미칼이 제조한 원료를 옥시·홈플러스·GS리테일·롯데마트·이마트 등 대기업들이 OEM(주문자 위탁생산)이나 PB(자사 상표) 방식으로 제조해 ‘친환경’ ‘인체에 무해’ ‘릴렉싱 라벤더향’ ‘아이에게도 안심’과 같은 광고 문구로 포장해 판매했다.

아무도 가습기 살균제가 진짜 인체에 무해한지 확인해본 적이 없었다. 폐 손상의 원인으로 확인된 일부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 PHMG와 PGH는 애초 카펫 항균제 용도로 제조 수입된 물질로, 피부 독성 실험만 통과했을 뿐이었다. 흡입 독성에 대한 검증도 없이 이 물질이 가습기에 넣어 쓰는 제품으로 만들어져 팔려나가는 동안 업계나 정부 어느 곳에서도 안전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시사IN 윤무영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된 가습기 살균제들.

몰라서 그랬다는 주장에도 타당성이 없다. 이미 2003년 오스트레일리아 보건복지부에서는 “PHMG의 미세 입자를 인체에 노출시키면 흡입 독성이 있다”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화학물질을 제조·가공·유통시키는 사람들이 주고받고 사업장에 비치하게끔 해놓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도 PHMG는 ‘유해물질’로 분류돼 있다. 업체들로부터 그 자료를 제출받은 공정위 서울사무소 소비자과 이태휘 과장은 “유해성을 몰랐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법정에서 증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의 흡입 독성 실험에서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애경·이마트 등의  MIT(메틸이소치아졸리논) 성분 가습기 살균제도 안전성 논란에서 예외가 아니다. 2010년 국제독성학회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MIT의 쥐 흡입 독성 실험에서 이번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와 같은 양상의 폐손상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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