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고 만난 일본 김윤식 지음, 그린비 펴냄 ‘원로 국문학자 김윤식의 지적 여정’이라는 부제대로 그가 1970년, 1980년 일본 유학 시절 접한 학문적 자극과 스스로의 삶, 또 글쓰기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단지 과거의 소회에서 그치지 않고 고바야시 히데오, 에토 준 같은 문예비평가와 〈국화와 칼〉의 루스 베네딕트 등 그에게 지적 영감을 준 이들과의 만남을 비롯해 젊은 시절 최근대 국가 일본에서 맞닥뜨렸던 학문적 고민이 담겨 있다.  책은 서른다섯 살이 된 젊은 조교수 김윤식에게서 시작한다. 도쿄 대학 앞에서 〈마르크스주의와 문학〉이란 책을 사 누가 볼세라 한걸음에 방으로 달려왔던 기억. 한국에선 금서 중의 금서로 꼽히는 책을 발견한 지식인의 풋풋함이다. 특히 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격이 드라마틱하다. 그의 대표작인 〈이광수와 그의 시대〉는 그가 두 차례 일본에 체류하며 헤매고 고민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고아의식이라는 키워드로 이광수 개인과 시대를 설명한 책으로, 글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시대의 관계를 드러낸다. ‘생을 건 글쓰기’에 천착해온 원로 학자가 꺼내놓은 오래 전 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약탈적 금융사회 제윤경·이헌욱 지음, 부키 펴냄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1000조원. 전체 가계의 60%가 빚이 있고 하우스 푸어는 150만 가구. 대한민국이 빚의 천국이란 건 충분히 알겠다. 그럼 이제 가계는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책은 개인이 아니라 약탈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다.

두 저자는 부채 해방을 위한 드림팀을 자처한다. 제윤경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 대표는 사단법인 희망살림 상임이사인 동시에 채무자 연대 조직 ‘빚을 갚고 싶은 사람들’을 조직해 가계 부채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헌욱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10년 넘게 민생운동에 전념해왔다. 이들은 ‘빚도 자산’이라는 프레임과 좋은 빚과 나쁜 빚을 구분하려는 시도에 맞서 ‘빚은 무조건 나쁘다’고 믿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23.2%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빚의 노예에서 그때 그 자유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결국 ‘저항과 연대’를 속삭이는 마지막 부분은 다소 힘이 빠지지만, ‘그 길만이 희망인가’라고 나지막하게 뱉을 수밖에 없다.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 최민석 지음, 공감의기쁨 펴냄 한번 뒤적여볼 요량으로 집었다가 단숨에 읽게 된다. 2010년 등단한 소설가 최민석의 기지가 짧은 글마다 넘친다. 울다가 웃으면 거기에 털이 난다고, 스스로 ‘항문발모형’ 문학을 지향한다는 그가 B급 취향의 독자를 위해 쓴 에세이를 묶었다. 그의 말대로 웃음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김현철 지음, 팬덤북스 펴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완벽함, 우월감, 성공, 멘붕 등 일상의 심리적 증상을 19가지 키워드로 분석해 정신 증상이 강박 성향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 분석했다. 나가수, 개콘, 게임 등에서 읽어내는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읽는 동안만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헌법 사용 설명서 조유진 지음, 이학사 펴냄 법은 딱딱한 것. 애석하지만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알아두라는 저자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공화국 시민, 헌법으로 무장하라’는 지령대로 국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에 대한 사용 설명서. 그 사용법이 꼼꼼하다. 

 

 

 

뇌로부터의 자유 마이클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추수밭 펴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한 남자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아 무죄를 선고받았고 어머니에 이어 이웃을 살해한 20대 한국 남자도 정신장애를 이유로 감형됐다. 뇌신경학자인 저자는 범죄자의 형량을 결정할 때 뇌의 이상 유무를 고려하는 경향에 우려를 표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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