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구술총서: 박완서 편 박완서 구술/국립예술자료원 엮음/수류산방 펴냄 2003년부터 한국 근현대 예술인들의 구술을 기록해온 국립예술자료원의 ‘예술사 구술 총서’ 다섯 번째. 종합예술인 박용구, 조형예술가 전혁림, 공연예술가 장민호 선생에 이어 문학인으로는 처음으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선정됐다. 그녀의 출생, 가계, 유년시절, 교육과정, 사제관계, 말년의 활동까지 빠짐없이 다뤘다. 구술은 2008년에 진행된 것으로, 2011년 작고한 박완서 선생이 최후로 남긴 구술이다. 어린 시절 사진부터 시작해 본문 분량 못지않은 각주와 설명까지, 그녀의 삶 전체가 381쪽 분량에 담겼다. 김병익 문학평론가의 표현처럼 마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시골에서 태어나 격변하는 한국 근대사를 살아낸 그녀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편의 문학 작품이다. 박완서는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낸 한국의 여성이자 어머니로, 자신의 삶을 소설에 자주 투영시켰다. 아버지와 오빠를 일찍 잃고 가장 노릇을 하던 경험은 근현대사를 지난 많은 ‘그녀들’의 삶이기도 하다.

 

교사를 춤추게 하라 우치다 타츠루 지음/박동섭 옮김/민들레 펴냄 얼마 전 다독가로 알려진 지인 한 명이 〈스승은 있다〉라는 우치다 타츠루의 책을 강하게 추천했다. 수많은 사회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교육에서 찾는 그 책은 ‘나만의 스승’을 가져야 한다고 독자를 설득한다. 신작 〈교사를 춤추게 하라〉 역시 배움의 의미에 천착한 작가의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우치다 타츠루가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제목에서 드러난다. ‘정치인과 언론, 교육 관료들은 제발 부탁이니 교육은 현장에 맡기고 그냥 내버려 두시라’는 게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제언. 그냥 내버려두는 것만으로 교육문제가 해결되진 않지만 최소한 교육이 더 나빠지는 건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책은 교육의 시장화가 어떻게 배움과 가르침을 불가능하게 만드는지 진단한다. 교육제도의 문제점은 물론 그 제도교육을 넘어서려 했던 대안교육마저도 함정에 빠져 있는 현실을 분석했다. 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현실적이지만 씁쓸하다. 교육 현실을 성토하고 진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정치인도 교육 관료도 아닌 아이와 얼굴을 마주하는 교사뿐, 교사의 잠재가능성을 발현하게 만드는 게 사회의 의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침내 미술관 안병광 지음/북스코프 펴냄 숫기 없는 영업사원이 마음의 수양을 위해 한 점씩 사 모으기 시작한 그림이 어느덧 100점이 됐다. 이중섭의 〈황소〉를 통해 미술품 수집가의 길로 들어선 안병광 서울미술관장 이야기다. 경매로 나온 흥선대원군의 별장 석파정을 매입해 7년간 공들인 끝에 미술관을 연 사연을 담았다. 

 

 

파저란트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지음/김진혜 외 옮김/문학과지성사 펴냄 독일 작가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첫 소설. 70여 개의 상표명이 등장하는 소설은 통일 이후 등장한 문단의 ‘팝문학(대중문학)’ 경향을 반영한다. 1995년 출간 이후 국내엔 처음 소개된다. 소설가 배수아가 옮긴 그의 세 번째 장편 〈나 여기 있으리, 햇빛 속에 그리고 그늘 속에〉도 동시에 출간됐다. 

 

 

마그나카르타 선언 피터 라인보우 지음/정남영 옮김/갈무리 펴냄 한국말로는 대헌장. 1215년 영국의 마그나카르타가 수립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원칙이 오늘날 어떻게 축소되고 있는지 분석했다. 삼림헌장이라 부르는 또 하나의 헌장도 있었다. 삶의 터전인 숲을 공통의 권리로 보장한 것. 사유제가 발달하며 잊혀간 삼림헌장의 정신을 추적한다.

 

 

 

본격 시사인 만화 2 김선웅(굽시니스트) 지음/시사IN북 펴냄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시사IN〉에 연재된 ‘본격 시사인 만화’ 중 62편을 선별했다. 만화가 굽시니스트의 정수만 모은 책. 특히 ‘굽시니스트의 못다 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마다 그림의 소재와 이야기의 배경을 정리했다. 한 해 동안, 이렇게 많은 ‘어처구니’가 있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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