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권위주의로 회귀하는가
  • 송호창 (변호사)
  • 호수 26
  • 승인 2008.03.10 16: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경찰은 기마경찰을 앞세워 법질서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시위자에 대한 즉결심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이 신중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은 법 적용 과정에서 나왔다면 구시대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
   
 
송호창
최근 경찰은 기마경찰을 앞세워 법질서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시위자에 대한 즉결심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이 신중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은 법 적용 과정에서 나왔다면 구시대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이 아름다운 것은 종족 번식이라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이 자연 섭리인 것처럼 연어가 역류하는 것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산란 직후 생명을 마감하는 연어의 분투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거꾸로 거슬러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연어와 같은 자연현상뿐이다.

최근에 만난 외국인은 한국의 급격한 변화를 궁금해했다. 그것은 보수파 대통령의 당선이 가져올 사회 변화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이었다. 민주파 집권 10년 동안 상대적으로 많은 자유를 누려왔고, 그만큼 국민의 의식수준도 높아졌으므로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할 수도 있었으나, 새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의 말·행동·의식수준에 대한 염려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불을 지피면 가장 얇은 양은 냄비부터 요란하게 끓기 마련이다. 얼마 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전국 지방경찰청이 대대적으로 ‘법질서 확립’ 캠페인을 벌였다. 치안과 행정 현장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마경찰이 등장하고, 어깨띠를 두른 고위 경찰관들이 현수막을 앞세우고 도로 위를 행진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빛바랜 과거 사진에서나 볼까 했던 경찰의 가두 캠페인은 전주였다. 곧이어 신임 경찰청장의 의지를 담아 기초 질서 위반자에 대한 즉결심판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처벌을 엄정하게 하겠다는 발표가 뒤따랐다. 특히 가두시위를 할 때 폴리스 라인을 이탈하는 경우 전원 검거해 즉결심판하겠다고 한다. 경찰 발표가 “공무 집행에 대한 도전 행위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라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언급에 뒤이어 나온 것을 보면 누구를 겨냥하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뉴시스
어청수 경찰청장(위)은 “공무 집행 도전 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법을 규제하고 엄중히 처벌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법 집행은 신중하고 공평하게 해야 한다. 즉결심판은 법률 전문가가 아닌 경찰서장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직접 청구하는 형사법상 기소독점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이고, 피고인의 자백과 신문조서 등이 훨씬 쉽게 유죄 증거로 인정되는 예외적 형사재판 절차이다. 그만큼 개인 권리가 침해되기 쉽고, 자칫 남용할 경우 부당한 사법 피해자를 낳을 수 있으므로 신중히 적용해야 한다. 갑자기 기초 질서 위반자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국민의 준법의식이 낮아진 것도 아닌 마당에 즉결심판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이 얼마나 신중하게 검토되었는지 의문이다.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법 집행

법 집행은 공평해야 한다. 중죄든 경죄든 범죄 행위자에 대해서는 공평하게 법을 적용하고, 모두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러나 훨씬 규모가 큰 중범죄도 법 집행이 엄정하게 이뤄지는지는 의문이다.

삼성 특검 이야기다. 처음부터 특검은 검찰이 수사 의지를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후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삼성 사건에서는 경찰청이 보여준 엄정한 법 집행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른바 ‘좀도둑’에도 끼지 못할 기초 질서 위반자에게만 엄중하고, 힘 있는 자에게 나약하다면 법의 생명이라 할 공평의 원칙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렇게 최근 경찰 캠페인이 신중하지도 않고, 공평하지도 않은 법 적용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면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구시대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시사IN>의 편집 방침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