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가 없었다. 7월18일, 밴드 무키무키만만수의 두 멤버 ‘무키’와 ‘만수’를 만났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카페 ‘인생이란 진지한 표정으로 거론할 수 있는 그런 하찮은 것이 아니다’에서였다. 카페 이름도 난해하지만 무키무키만만수는 더 난해했다.

 

 

만수(왼쪽, 23세)는 낯을 가리는 편인지 말수가 적었다. 기자의 질문에 자주 당혹스러워 했고, 때로는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반면 무키(오른쪽, 22세)는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투로 대답을 툭툭 던졌다. 기자가 만수를 보면서 질문을 하면 왜 그쪽만 보고 있냐며 면박을 줬다. 그러다가 정작 자신에게 질문이 던져지면 딴청을 피우는 식이었다. 인터뷰 중간 만수는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건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무키와 만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보사에서 만났다. 음악․문화비평 계간지 〈칼방귀〉 발간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학교 영화동아리가 주최한 ‘쓰레빠 음악회’로 우연히 데뷔한 이래 여성 2인조 펑크밴드로 난데없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무키는 구장구장(세운 장구), 만수는 기타를 연주한다. 이들 노랫말처럼 “기타도 장구도 잘 못치지만” 목청껏 내지는 괴성으로 처음부터 사람들 이목을 끌었다.

 

데뷔 이후 두 사람은 서울 홍대 앞 두리반, 명동 카페마리,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제주 강정마을 등 주로 투쟁 현장에서 공연해 왔다. 덕분에 ‘진보 진영의 아이콘’이라는 별칭까지 얻었지만 두 사람은 이런 ‘거룩한 칭호’를 불편해 한다.

 

최근 무키무키만만수는 일반 대중에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창완·장기하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들의 노래를 소개하는가 하면 컬투쑈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는 첫 앨범 〈2012〉도 냈다. ‘열심히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두 사람을 만났다.

 

첫 앨범 〈2012〉에 수록된 타이틀곡 〈안드로메다〉가 화제다.

무키) 합주를 하면서 부르다보니까 그냥 노래가 된 거다.

 

앨범에 수록된 곡명들이 독특하다. 〈7번 유형〉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

만수) 〈7번 유형〉은 무키가 성격검사를 받고 만든 노래다. ‘7번 유형에 8번 날개’라는 성격 유형이 나왔는데, 상담을 받은 뒤 무키가 상담사에게 상담지 결과를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상담사가 “상담지를 다시 가져와야 하는데, 7번 유형들은 대개 약속을 못 지킨다. 당신은 7번 유형이니 아마 상담지를 다시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상담지를 줄 수 없다고 하더란다.

무키) 그래서 ‘빡쳐’ 가지고 만든 노래다. 〈2008년 석관동〉은 만수가 차이고 만든 노래다. 〈머리 크기〉는 내(무키)가 머리가 너무 큰 것을 한탄하는 노래다.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 거야〉는 산울림 커버 곡이다.

만수) 〈남산타워〉는 남산타워에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서울 어디서나 보이는 게 짜증나서 만든 노래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는 앨범을 만들기 위해 빨리 곡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만들었다. 청소를 하다 보니 방에 책이 한 권 놓여 있기에.

무키) 책 제목을 읽은 거다. 홍세화를 좋아한다는 내용이다. 〈방화범〉은 숭례문이 불타니까 너무 좋다는 노래다. 〈식물원〉은 만수가 무키를 좋아한다는 내용이다.

만수) 〈너의 선물〉은 무키가 차이고 만든 노래다. 〈무키무키만만수〉는 처음 만든 노래다. 〈투쟁과 다이어트〉는 집회 현장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든 거다.

 

‘쓰레빠음악회’가 데뷔무대이다. 우연히 결성한 것인가?

무키) 우연이라기보다 이제는 팔자다. 우리 같은 애들에게 앨범 내주겠다고 하는 사람, 프로듀서를 해주겠다는 사람, 공연에 불러주는 사람도 있어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1집으로 끝날 수도 있고, 10집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무키) 상황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다.

 

갑자기 많아진 주위의 관심과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수)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데….

무키) 별로 실감을 하고 말고 할 게 없다. 관심이 많아졌나?

 

수줍음이 많은 것 같은데 무대에 올라가면 열창을 한다. 무대에 올라가면 힘이 느껴지나?

무키) 연습을 많이 해서 그렇다.

 

시간을 정해놓고 연습을 하나?

무키) 그렇지 않다. 연습을 한다기보다는 공연을 많이 하니까 연습이 된다. 앞 공연이 다음 공연을 위한 연습이다. 연습을 너무 안한다는 얘기였다.

 

김창완, 장기하가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무키무키만만수의 노래가 전파를 탔다. 컬투쑈에는 직접 출연한 것으로 안다. 계기가 무엇인가?

무키) 회사에서 시켰다(두 사람의 앨범은 인디뮤직 레이블인 비트볼에서 나왔다). 요조라디오도 나갔다.

 
앨범 커버사진이 흥미롭다(왼쪽 사진 참조). 혹시 ‘진보진영의 아이콘’이란 수식어를 거부하는 의미를 담은 건 아닌가?

무키) 아니다. 그냥 목욕을 하고 싶었다. 계동에 있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이다. 여기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찍는다. 진보진영의 아이콘이기를 거부한다? 그런 내용은 칼럼으로 써라.

 

앞으로 할 공연에도 계속 ‘진보 딱지’가 붙지 않겠나.

만수) 나름의 생각이니까 틀리고 맞고를 말할 입장은 아니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큰 거부감도 갖지 않고, 또 연연해 하지도 말자고 결론을 내렸다.

 

음악이 아닌 ‘실험’에 불과하다는 둥 앨범에 대한 혹평도 있었다.

무키) 대개 예상 가능한 비평들이다. 〈weiv〉 최민우 편집장이 “‘실험’이란 신물나지 않은가?” 라 했던데, 우리는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다. 반면 엄청 의미 있는 활동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본인들의 음악이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고 보나?

무키) 예술적으로 가치가 없는 건 뭔가?

만수) 아무도 재밌는 걸 안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만큼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게 엄청 재밌거나 새롭지도 않다. 요새 재밌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런 거라 생각한다.

 

지금 하는 인터뷰도 재미없나?

무키) 인터뷰라기보다는 취조같다.

 

장르가 뭔가? 장구와 기타가 만났으니 크로스오버인가?

만수) 펑크다. 생각 없이 신나게 하는 게 펑크다.

무키) 영화음악감독 방준석씨가 알려줬다. 진짜 개똥같이 하면 펑크라고.

 

추구하는 음악은 뭔가?

만수) 재밌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면 좋겠다.

무키) 지금은 무난하다.

만수) 아니, 얼마나 힘든데….

무키) 야한 거. 요즘 야한 거에 꽂혔다.

 

음악으로 (야한 걸) 어떻게 할 수 있나?

무키) (목욕탕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앨범 커버사진을 들며) 이거 야하지 않은가. 상상하게 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 안 한다.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무키) 상상하면 안 되는데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보는 사람 나쁜 놈으로 만드는 거다.

 

혹시 탑밴드에 나갈 생각은 없나?

만수) 본 적도 없다.

무키) 나는 좀 생각이 있다. (나가면) 노래를 못한다, 곡을 못쓴다, 악기를 못친다, 라는 말을 듣겠지.

만수) 그런 태도로 음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하겠지.

무키) 악담을 듣고, 수명이 길어지겠지.

 

앞으로 공연 일정이 어떻게 되는가?

무키와 만수) 7월28일 4시에 탑골공원에서 ‘잡년 행진’이 있다. 8월 11일 공중캠프에서 네마프(서울국제뉴미디어 페스티벌) 폐막파티가 있고, 14일에는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에서 공연한다. 밴드 소규모아카시아 송은지가 주도하여 여성뮤지션 17명이 모여 만든 위안부 관련 컴필레이션 앨범도 곧 나온다.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음반이다.

 

무키무키만만수 외에 하는 일은?

만수) 친구들이 하는 연극 음악을 두 개 정도 준비하고 있다. 당장 수입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하다 보면 수입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무키) 미대 학생이다. 한 학기 남았다.

 

그렇다면 무키무키만만수 활동에 전념하고 있지 않는다는 건가?

만수) 전혀 전념하고 있지 않다.

무키와 만수) 최대한 전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키) 밴드는 취미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최대한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자명 권오균 인턴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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