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알고 지낸 지 15년이 다 되어가지만, 군 정보사 베테랑 요원이라는 것 외에 자세히 알지 못했다. 신상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정보업계 불문율에 따라 그는 그저 ‘장홍석 중령’ 또는 ‘장 전무’였을 뿐이다. 다만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 파견되기 전 정보사 팀을 이끌고 선발대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의 일이 때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뿐이었다. 그런 그가 2009년 9월 전역 후 몇 년 만에 침 한 자루를 들고 나타났다. 어느새 중의사 자격증을 따고, 침술의 높은 경지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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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한 우물을 파온 이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그의 인생 2막도 상당한 모색기를 거쳤다. 최근 다시 만난 그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마하의료회라는 단체에 소속해 그동안 연마한 침술로 미얀마·스리랑카·베트남 등에서 해외 봉사를 벌일 뿐 아니라 국내 다문화 가정과 조계종 산하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인술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궁금했던 그의 ‘전력’에 대해 물었다. 씩 웃으며 “흑금성을 연상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다만 흑금성은 공작관(AH·에이전트 핸들러) 출신이 공작원(A·에이전트)이 된 경우고, 나는 평생 공작관 생활을 했다. 한때 그들을 지도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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