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최고 실세라 일컬어져 온 리영호 총참모장이 전격 해임된 사유가 밝혀졌다.

최근 대북 소식통이 북의 고위급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리영호 총참모장 해임 배경에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권력 내에 내연해온 장성택 부장 중심의 ‘실리파’와 리영호 참모장 중심의 ‘강경파’간 갈등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양측의 갈등은 김정은 제1비서가 주로 장성택 부장 측 입장에 서서 파격 행보를 해온 데 대해 리영호가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대리전’ 형태로 표출돼 왔다고 한다. 특히 장 부장 중심의 실리파들이 주도해 온 경제회생 조처에 대해 강경파들이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 비서가 7월6일 평양에서 부인 리설주와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 비서와 그의 주변 세력이 리영호를 전격 해임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지난 7월6일 있었던 모란봉악단 공연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정은 비서가 금년 초부터 악단 창단을 직접 진두지휘했고 공연 내용까지 일일이 챙겼다고 할 정도로 관심과 애정을 기울였던 이 날 시범 공연은 파격적인 내용과 형식으로 안팎의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북한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조명과 ‘북한판 원더걸스’라고 불릴 정도로 선정적인 의상을 한 여성 출연진이 등장하는가 하면 미국 영화 〈록키〉 장면과 주제곡 등 미국 대중문화와 대중가요가 무대에 올려졌다. 더욱이 며칠 뒤에는 이 날 공연 장면이 북한 전역에까지 방영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당연히 그동안 김정은의 행보를 우려해온 강경파들에게는 충격이었고, 따라서 리영호가 이를 대표해 “이게 뭐냐, 자본주의로 가자는 것이냐”라며 항의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란봉악단 공연을 자기 시대의 대내외 메시지로 여겨온 김정은 입장에는 더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를 계기로 그동안 누적돼온 그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폭발해 리영호에 대한 전격 경질이라는 거사를 단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세력이 이를 주도했지만 장성택 부장과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이면에서 역할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아무리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만 가지고 군 최고 실세를 하루아침에 경질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에 따른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북측 고위관계자는 리영호의 금전 문제가 해임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고 밝혔다. 즉 그동안 리영호에 대한 내사 과정에서 그가 장롱 속에 100만 달러를 숨겨온 사실이 발각됐는데, 이것이 바로 해임 사유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이미 지난 5월14일 “군대가 너무 돈 맛을 들였다. 총과 총알은 당과 국가가 만들어 주겠으니 군대는 싸움만 잘하면 된다”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같은 ‘5·14 방침’으로 군부가 대외 무역 이권을 틀어쥐고 있는 것이 크게 문제로 부각돼 있던 상황인지라 “나라가 어려운데 장롱에다 왜 100만 달러씩이나 쌓아놓고 있나”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는 것이다.

리영호 해임 이후 북한 내에서는 이른바 전쟁 세대인 70~80대들의 일선 퇴진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리파들의 경제 회생 조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과거 박봉주 총리 시절 주도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가 하면 조만간 신의주·해주·남포 등에 대한 새로운 개방 및 개발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측 고위관계자는 “2~3년 안에 천지개벽이 일어날 것이다. (북한과) 사업 하려면 지금이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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