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1일 오후, 자신의 가게에서 만난 양 아무개씨(35)는 사건이 일어난 당시를 떠올리기가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반미(反美)주의자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그래도 민간인에게 미군이 수갑을 채우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전날도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는 그를 통해 당시 사건을 상세히 들었다.

지난 7월5일, ㅍ악기상 주인인 양씨와 그의 동생은 양씨 가게 앞에 각각 다마스와 모닝 차량을 잠시 대놓았다. 양씨는 악기를 내리고 있었고, 양씨의 동생은 옆 가게에 치킨을 사러 들어간 참이었다. 양씨는 차를 빼라는 주한미군 헌병의 요구에 악기를 다 내릴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헌병은 빨리 차를 빼줄 것을 재촉했다. 

결국 양씨는 3분여 만에 차를 다른 곳에 댔고, 양씨의 동생은 치킨을 못 산 채 돌아갔다.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치킨을 먹고 있으니 잠시 후 차를 빼주겠다고 말한 적도 없고 미군 쪽 요구를 잘 따랐다는 게 양씨의 말이다. 

 

ⓒ시사IN 조남진피해자 양 아무개씨가 운영하는 악기점. 7월5일 양씨는 자기 가게 앞에 차를 댔다가 미군으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차를 뺐는데도 계속 미군이 가게 앞에 서 있었다. 한국 경찰을 불렀으니까 기다리라면서 뭐라고 했다. 내가 알았으니 영업에 방해가 되니까 저쪽으로 가달라고 하며 가게 문을 닫았는데, 미군이 문을 열었다. 내가 에어컨 바람 나간다며 다시 문을 닫고 미군이 다시 열고 하는 신경전이 반복되었다.” 미군이 문에 서 있어 들어오지 못하는 손님이 생기면서 양씨는 그날 장사를 접어야겠다는 생각에 아예 가게 문을 잠갔다. 그런 뒤 두고 온 물건이 있어 다시 가게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미군이 갑자기 한쪽 팔뚝에 수갑을 채웠다는 것이다.

당황해서 ‘왜 이러느냐’고 항의했지만 주한미군 헌병은 양씨의 두 팔을 뒤로 꺾고 제압했다. 움직일수록 수갑이 더 조여와 팔뚝이 욱신거렸다. 곧이어 나머지 한쪽 팔도 묶였다. 행인 신 아무개씨(52)와 가던 길을 돌아온 양씨의 동생(32)도 미군에게 항의를 하다 수갑이 채워졌다. 그 상태로 40분 동안 수갑을 찼던 양씨의 팔뚝에는 11일까지도 불긋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날 미군에 의해 무릎을 꿇린 채 제압당하면서 다리에 난 상처 탓에 반바지도 못 입는다는 양씨는 “몸에 난 상처야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고 하지만 수갑이 채워졌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양씨의 가게 앞에 차를 대고 악기 배달을 온 한 남자에게 “얼른 차 빼세요, 안 그러면 수갑 차요”라고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수갑을 채운 미군에 대해 ‘불법체포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주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의 공무 중 일어난 사건에 대한 1차 재판권은 미국에 있어, 한국이 직접 재판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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